[리걸타임즈 칼럼] 통계로 본 특허취소신청제도
[리걸타임즈 칼럼] 통계로 본 특허취소신청제도
  • 기사출고 2020.01.0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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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반도체 · 광학 · 재료, 미국은 화학 사건 집중

특허권이 유효하게 등록된 경우라도 하자 있는 특허권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경우에는 특허권자를 부당하게 보호하게 되어 산업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에는 무효심판 제도에 더하여 특허취소신청 제도가 규정되었고(2016. 2. 29. 개정된 법률 제14035호) 2017. 3. 1.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다.

2017년 3월부터 시행

실용신안법에도 특허법과 마찬가지로 취소신청제도가 2016. 2. 29. 개정된 법률 제14034호에 규정되어 시행되었다.

◇김봉섭 · 이만금 변리사
◇김봉섭 · 이만금 변리사

이 글에서는 시행 3년차에 접어든 취소신청 제도의 운영 현황을, 취소신청제도가 시행된 이후 2019. 11. 30.까지 신청된 사건 중 2019. 12. 2.까지 처리된 총 250건의 처리 결과에 대한 통계를 통해 살펴보고 이를평가해 보고자 한다. 통계자료는 한국특허정보원이 제공하는 특허정보넷 키프리스 사이트(www.kipris.or.kr)에서 검색가능하다.

1. 취소신청 사건의 처리 현황

취소신청 사건의 신청인이 개인인 사건은 전체 처리건의 88.8%인 222건이고 법인인 사건은 11.2%인 28건이었다. 이 부분은 취소신청 제도가 "익명"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 맞게 잘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소신청 사건의 피신청인(특허권자) 현황을 보면 내국인이 47.2%이고 외국인이 52.8%를 점유하고 있는 바와 같이 외국인 권리자의 특허에 대한 취소신청 비율이 더 높았다. 외국인의 경우 일본(74건), 미국(30건), 네덜란드(8건), 독일(7건), 스위스와 핀란드(각 4건), 중국(2건) 등의 순이었다.

일본 권리자 상대 취소신청 최다

피신청인의 국적별 사건 현황을 IPC 클래스에 기초하여 기술분야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은 반도체, 광학, 재료 분야에 사건이 많았고, 미국은 화학 분야에 사건이 집중되었다. 우리나라는 각국 사건이 발생하는 기술분야에 대칭적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경쟁 특허권자들 사이의 상호 기술 견제가 치열한 모습이 확인되고 있다.

취소신청 사건이 많은 기술분야의 주요 특허권자(피신청인)들을 보면, C08 분야의 경우 특정 상위 업체에 사건이 몰려 있고, H01 및 C09 분야의 경우 주로 한국과 일본 업체의 사건이다.

취소신청 사건의 처리기간은 ①취소의견제출통지가 없는 경우 평균 10.3개월 소요되었고, ②취소의견제출통지에 정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경우 11.3개월, ③정정으로 대응하는 경우 14.2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취소신청을 통해 신청대상 특허의 청구항이 무효되는 인용율은 평균 30.5%로 나타났다. 여기서 "일부인용, 일부기각" 사건은 인용율의 분자가 되는 인용 사건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결정각하" 사건은 전항 삭제 정정에 의한 것이거나(2건), 동시에 진행된 무효사건의 심결이 확정된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인용 사건에 포함시켰다. "취하" 사건은 인용율의 분모가 되는 전체처리 사건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특허와 실용신안권 무효심판의 2018년도 무효율은 57.9%로, 신청인 입장에서는 익명성의 유지, 심판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무효심판으로 할지 취소신청으로 할지 적의 판단하여야겠다.

외국 권리자 특허 방어 높아

내국인 권리자 사건의 인용율이 36.6%인 반면 외국인 권리자 사건의 인용율은 25.2%로서 외국 권리자의특허가 더 잘 방어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2. 취소신청 제도의 평가

취소신청 제도는 법령 개정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등록된 특허의 무효를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무효심판 제도에서 설정등록일부터 등록공고일 후 3개월로 규정하던 것을 없애고 그 기간을 6개월로 늘렸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특허법 제132조의2 제1항 참조). 따라서 등록된 특허를 "익명"으로 무효시키고자 하는 자는 이해관계를 요건으로 하는 무효심판으로는 불가능하고 취소신청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었다.

직접 참여 부담 없어

취소신청 제도는 신청인이 취소이유를 제출하기만 하면 나머지 절차는 특허청이 전담하는 결정계 처리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무효심판에서처럼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심지어 특허심판원에서 취소신청이 받아들여져 특허가 무효되더라도 이를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다투는 취소결정불복 절차의 경우에 있어서도 특허청이 신청인을 대신하여 특허권자를 상대하기 때문에 신청인은 법원 절차에도 참여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경쟁상대방의 새롭게 등록된 특허를 "익명"으로 "심리절차에 노출되지 않은 채" 무효시키기를 원하는 자는 취소신청 제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뿐만 아니라 신청인은 증거와 함께 신청서만 제출하면 이후 절차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므로 저렴한 비용으로 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각결정엔 불복 불가

다만, 신청인은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 없고, 무효심판 절차를 통해야 한다.

취소신청 제도의 두 번째 도입 취지가 "특허의 취소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한다"는 것과 같이 취소신청을 하게 되면 1년 전후로 판단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신속함은 확실히 보장되고 있다. 그런데 취소신청은 등록공고일 후 6개월이 되는 날까지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특허법 제132조의2 제1항) 특허심판원에서는 신청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대 6개월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대기기간을 줄일 수만 있다면 훨씬 더 빨리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청인 입장에서 취소신청 제도가 "심리절차에 노출되지 않은 채 진행된다는 장점이 크긴 하나 신청 이후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보완적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신청인은 특허권자가 정정한 특허청구범위나 신청이유에 대응하는 답변의 내용을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송달받지는 못하지만 이 경우 직접 신청하면 받아볼 수 있다. 공격, 방어가 당사자계 사건처럼 진행되지는 않으나 신청인은 정보제공의 형태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간행물 또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개된 자료에 의해서만 무효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재불비 등 기타 다양하고 유력한 무효공격 방법이 있을 경우, 별도의 무효심판과 병행하거나 추후에 재차 무효심판 옵션을 가져갈 수도 있겠다.

김봉섭 · 이만금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mbs@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