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계약과 다른 동 · 호수 분양받아도 변경 가능성 알았다면 계약해제 불가"
[민사] "계약과 다른 동 · 호수 분양받아도 변경 가능성 알았다면 계약해제 불가"
  • 기사출고 2020.01.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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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각서 제출…계약 위반 아니야"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 지정한 동 · 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사업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12월 12일 권 모씨 등 경기 화성시 배양동에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23명이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반환하라"며 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59234)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권씨 등은 화성 배양동의 S아파트 중 106동, 107동에 속한 지정호수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지급했으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면서 106동과 107동의 신축이 무산되자 소송을 냈다. 아파트는 당초 1121세대 규모로 신축될 계획이었으나 사업부지 일부가 확보되지 못해 2016년 1월 107세대가 감소한 1014세대만 신축되는 것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되었다. 조합에선 권씨 등에게 다른 동 · 호수의 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하였으나, 권씨 등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조합 측은 "사업 진행 편의를 위해 임시로 동 · 호수를 지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고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으며, 피고는 향후 사업을 진행하여 원고들에게 S아파트 중 각 호실을 분양할 수 있으므로, 계약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가 사업부지를 확보하지 못하여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되었고, 이로 인하여 S아파트 106동, 107동이 신축되지 않아 원고들은 지정호수를 분양받을 수 없게 되었는바(피고가 원고들에게 새롭게 다른 동 · 호수를 지정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조합가입계약에 의한 피고의 지정호수 분양의무는 피고의 귀책사유 때문에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조합가입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계약금 및 업무추진비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조합 측 주장이 맞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변경된 사업계획에 의하더라도 신축되는 S아파트의 규모가 1014세대에 이르러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당초 공급받기로 한 지정호수 대신 그와 비슷한 위치와 면적의 다른 아파트를 공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같은 정도의 변경은 각서에서 예정한 범위 내의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사업계획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지역주택조합사업의 특성상 사업추진 과정에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 또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등에 일부 차이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고들이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작성하여 제출한 각서에는 "본인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함에 있어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본인은 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업무에 대하여 추인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고들이 당초 지정한 동 · 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채무가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이 되었고 조합가입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