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매크로 프로그램,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 아니야"
[형사] "매크로 프로그램,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 아니야"
  • 기사출고 2019.12.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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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매크로 프로그램 제작 · 유포한 개발자 무죄 확정

자동 댓글 작성 프로그램 등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컴퓨터에서 자동적으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개발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법원은 다만 매크로 프로그램 등의 유포가 형법 314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월 12일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자 이 모(38)씨에 대한 상고심(2017도16520)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중개 사이트 운영자 서 모(47)씨도 무죄가 확정됐다. 법무법인 민후가 1심부터 상고심까지 피고인들을 변호했다.

포털사이트에 글 · 이미지를 자동으로 등록해 주거나 메시지나 댓글을 작성하고 쪽지를 발송해주는 다수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A씨는 2010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광고용 자동프로그램 판매 인터넷 중개 사이트에 자신이 개발한 39개의 프로그램을 판매금액, 사용설명서 등과 함께 게시한 후, 이를 보고 구입 의사를 밝힌 다수의 회원들에게 프로그램 1만 1774개를 팔아 3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구매자들은 이들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타인에게 쪽지, 초대장을 발송하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글을 대량 등록했고, 이 때문에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서버에는 평소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500배 이상의 부하(트래픽)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이씨가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정보통신망법 48조 2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71조 9호는 "48조 2항을 위반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정보통신망법 71조 9호 및 48조 2항 위반죄는 악성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악성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하는 행위만으로 범죄 성립을 인정하고, 그로 인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 또는 그 운용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씨가 제작 · 유포한)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나 상품 등을 광고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등에 자동적으로 게시 글과 댓글을 등록하고 쪽지와 초대장을 발송하는 작업을 반복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이 프로그램은 일반 사용자가 통상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작업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댓글의 등록이나 쪽지의 발송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할 뿐이고,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위와 같은 작업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프로그램 중 일부는 프록시 서버를 이용하여 네이버 등에 간접적으로 접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네이버 등의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IP를 차단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이는 네이버 등의 정보통신시스템 등을 훼손 · 멸실 · 변경 · 위조하는 등 그 기능을 물리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IP 차단을 방해하는 것이 아닌, 위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IP 차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고, 이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이 방해된다거나 네이버 등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 48조 2항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는 별도 판단 필요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등에 자동적으로 게시 글과 댓글을 등록하고 쪽지와 초대장을 발송하는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한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71조 9호 및 48조 2항의 '악성프로그램 유포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고, 자동으로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네이버 등의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 순위를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형법 314조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는 사안(쟁점)과 적용법조가 다르다"며 "매크로 프로그램 등의 유포가 형법 314조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과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