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못 받은 장해보상연금 주라"
[노동]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못 받은 장해보상연금 주라"
  • 기사출고 2019.12.0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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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신고의무 이행촉구 없이 소멸시효 주장은 신의칙 위반"

장해보상연금을 받던 중국인이 본국에 다녀오는 동안 연금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이 연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이 문서로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하지 않고 연금 지급을 중지한 후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11월 8일 국내에 취업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다친 중국인 A씨가 "중국에 다녀오는 동안 못 받은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72415)에서 이같이 판시, "공단은 A씨에게 88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B사에 고용되어 국내에서 근무하던 중 2007년 3월 1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거실 벽체에 콘센트 커버를 부착하는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업무상 재해로 요양승인 결정을 받고, 2018년 6월 11일 치료가 종결됐다. 치료종결 후 A씨는 장해등급 5급 8호로 장해보상연금 지급결정을 받아 2008년 7월 1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2년분의 연금을 선금받고, 이어 2010년 7월 1일부터 2011년 11월 30일까지 매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으나, 2011년 11월 중국으로 출국하여 2013년 11월까지 중국에 거주하는 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을 중지했다. 그러나 2013년 11월 8일 입국한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하여 중국에 있는 동안 받지 못한 전액을 지급받았고, 그 후 2014년 7월까지 매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A씨는 2014년 7월 공단에 출국신고를 하고 2014년 8월경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 2018년 5월까지 중국에 거주하였는데, 공단은 이 기간 동안 A씨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A씨가 5월 24일 공단에 이 기간 동안의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했으나, 공단이 청구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지난 것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2014년 8월 1일부터 2015년 5월 23일까지의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2015년 5월 24일부터 2018년 5월 31일까지의 장해보상연금만 지급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과 시행령의 규정에 의하면, 장해보상연금 등의 수급권자가 출국하면서 출국신고를 하지 않거나, 출국 후 장애상태에 관한 사항 등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피고는 수급권자의 신고의무 이행이 있기까지 장해보상연금 등의 지급을 일시 중지할 수 있을 뿐이고, 이와 같이 지급을 일시 중지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수급권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을 당시 피고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119조 1항에 따라 수급권자인 원고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문서로써 신고의무 이행을 촉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피고는 원고의 출국 이후 원고의 수급권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가 위와 같이 산재보험법 시행령 119조 1항에 따른 신고의무의 이행촉구 없이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서 피고의 공익적 성격에 반하면서, 피고가 신고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수급권자가 갖는 기대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며 "피고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와 같이 법령에 위반되고 수급권자의 기대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거래관계에서의 약정위반이나 채무불이행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한 것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119조가 규정하는 이행촉구를 거치지 않는 등 법령에 위반한 것이고, 원고로서는 위 시행령 119조 등 관계법령 및 연금증서를 통한 피고의 안내에 따라, 특별한 청구 없이 매월 연금이 지급되고, 피고가 신고의무의 이행촉구를 거친 다음 지급을 일시 중지하는 범위에서 불이익을 가한다는 것에 관하여 일정한 기대를 갖게 되는데, 피고의 위와 같은 지급중지는 수급권자인 원고의 위와 같은 기대에 반하는 것이며, 한편으로 수급권자인 원고가 갖는 위와 같은 기대는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곤란하게 하는 사정으로 고려할 수 있고, 그러한 기대하에 청구 등을 하지 않은 것을 권리 위에 잠자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위와 같이 법령에 위반하고 원고의 기대에 반하는 피고의 지급중지 기간 동안 원고의 청구가 없었다는 이유로 원고의 권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일정기간 지속된 사실상태를 존중 · 유지할 필요성과 피고의 법령 위반이 그러한 사실상태 지속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볼 때 현저히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가 2014. 8.경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피고가 원고에 대한 장해보상연금 지급을 중지하였다가 원고가 2018. 5. 12 귀국하여 2018. 5. 24. 피고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청구함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