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펜션 방문 앞에 놓아 둔 휴대전화로 사실혼 배우자와 지인 대화 녹음…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
[형사] 펜션 방문 앞에 놓아 둔 휴대전화로 사실혼 배우자와 지인 대화 녹음…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12.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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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살해 얘기 듣고 예방 위해 녹음…정당행위" 주장 인정 안 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 부장판사)는 11월 25일 펜션 방문 앞에 휴대전화를 몰래 두어 방 안에 있던 사실혼 배우자와 지인의 대화를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회사원 A(5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2019고합252)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 8일경 경북 경주시에 있는 펜션에서, 소유하고 있던 휴대전화기의 녹음기능을 활성화시킨 후 몰래 한 호실의 문 앞에 놓아두어 방 안에 있던, 자신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B(여)씨와 그 지인 사이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를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은 있으나, 이 타인들이 나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받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나에 대한 생명의 위협을 방어하고 범죄를 예방하고자 불가피하게 녹음한 것이므로, 이는 형법 20조에 따른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3도3000 등)을 인용, "형법 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의 녹음행위는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으면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한 손해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사건 당시의 상황과 피고인이 행한 녹음행위의 방법과 태양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녹음행위는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휴대전화의 녹음기능을 이용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고, "다만 피고인이 녹음한 대화 내용에 '방화'와 관련된 단어가 포함되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범행 경위 및 동기에 다소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피고인이 녹음한 대화 내용을 수사절차에서 증거로 제출한 것 외에 다른 곳에 누설하거나 유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이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