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필리핀에서 스노클링하다가 사망…여행사 책임 30%"
[손배] "필리핀에서 스노클링하다가 사망…여행사 책임 30%"
  • 기사출고 2019.11.2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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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조류의 강도 등 구체적 정보 미제공"

50대 여행객이 가족들과 필리핀으로 패키지여행을 가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숨졌다. 법원은 여행사에 3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인택 부장판사)는 10월 24일 필리핀 패키지여행 중 사망한 A(사망 당시 52세)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여행사의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상청구소송(2018가합543241)에서 피고 측의 책임을 30% 인정, "삼성화재는 원고들에게 2억 5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한 여행사와 여행계약을 체결하고 가족들과 함께 2017년 4월 29일 필리핀 보라카이로 4박 5일간 패키지여행(기획여행)을 떠났다. 여행사에서 고용한 현자 가이드 B씨의 인솔 아래 여행을 시작한 A씨는 여행 둘째 날인 4월 30일 보라카이의 일릭-일리간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바다에 잠겨 있는 상태로 발견되어 같은날 오후 3시 30분쯤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여행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4억 49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6다6293등)을 인용, "기획여행업자는 통상 여행 일반은 물론 목적지의 자연적 · 사회적 조건에 관하여 전문적 지식을 가진 자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행선지나 여행시설의 이용 등에 관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반면, 여행자는 그 안전성을 신뢰하고 기획여행업자가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여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획여행업자가 여행자와 여행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 · 신체 · 재산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행목적지 · 여행일정 · 여행행정 · 여행서비스기관의 선택 등에 관하여 미리 충분히 조사 · 검토하여 전문업자로서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또는 그 이후라도 여행자가 부딪칠지 모르는 위험을 예견할 수 있을 경우에는 여행자에게 그 뜻을 알려 여행자 스스로 그 위험을 수용할지를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 여행계약 내용의 실시 도중에 그러한 위험 발생의 우려가 있을 때는 미리 그 위험을 제거할 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합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릭-일리간 해변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성인 남성의 가슴 높이 이상으로 수심이 깊어지는 등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곳으로 보이고, 특히 이 사고 당시 일릭-일리간 해변은 만조대여서 수심이 더 깊고 조류가 심한 시점이었던 것으로 보여,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여행객으로서는 스노클링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거나 조류에 휩쓸릴 가능성이 있고, 그러한 경우 특히 수영에 능숙하지 않은 여행객은 당황하여 바다 위로 쉽게 올라오지 못하거나 수중 호흡에 곤란을 겪어 바닷물을 마시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하고, "기획여행업자인 여행사나 그 이행보조자인 B씨 등으로서는 적어도 스노클링을 하려는 A씨 등 여행객들에게, 그것이 자유시간 중인지에 관계없이, 일릭-일리간 해변의 해저지형의 특성과 조류의 강도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것임에도, B씨는 A씨와 그 일행이 필리핀에 입국하였을 무렵 물놀이 안전에 관한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안내하였을 뿐, 위 해변에 도착한 이후 위와 같은 구체적인 정보와 주의사항을 A씨를 포함한 일행들에게 고지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자신이 가져온 스노클링 장비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A씨를 수영이나 스노클링에 능숙한 사람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볼 수 없고, 설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위험을 알려줄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여행사가 A씨에게 사고가 발생한 해변에서의 스노클링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알리고, 안전수칙, 사고 발생 시 대처요령, 스노클링을 하는 해변의 위험요소 등에 대하여 사전교육을 함으로써 A씨의 생명, 신체 등을 보호하여야 할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A씨는 수영 실력이 탁월하거나 평소 스노클 장비를 이용하여 잠수를 자주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임에도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A씨는 혼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해변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비교적 먼 곳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 A씨는 성인으로서 본인의 수영 실력, 주변 상황을 인식하여 스스로 주의할 수 있는 판단능력이 있엇다고 할 것인 점, 해변에서 어떠한 활동을 할 것인지는 패키지여행에 참여한 여행객의 자유에 맡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A씨는 스스로 스노클 장비를 준비하여 스노클링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씨로서는 스스로 안전을 도모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