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수년간 남편 간병했다고 기여분 인정 곤란"
[가사] "수년간 남편 간병했다고 기여분 인정 곤란"
  • 기사출고 2019.11.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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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통상 부양의무 이행 불과"

아내가 수년간 아픈 남편의 곁을 지키며 간호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남편의 재산을 더 상속받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1월 21일 2008년 3월 사망한 문 모(사망 당시 89세)씨와 사별한 전처가 낳은 자녀 9명과 문씨와 재혼한 임 모(75)씨 및 그 자녀 2명 간 상속재산분할 및 기여분결정사건의 재항고심(2014스44, 45)에서 이같은 취지로 판시, 임씨 등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전처 소생의 자녀들은 임씨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했으며, 임씨와 임씨 소생 자녀들은 이에 대해 기여분결정을 구하는 반심판을 청구했다.

임씨 측은 2003년 3월부터 문씨가 사망할 때까지 5년간 임씨가 곁을 지키며 간호했다며 문씨가 남긴 일부 재산에 대해 30%의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경우, 이러한 사정을 상속분 산정시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임씨가 피상속인이 병환에 있을 때 간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임씨가 인정하는 바와 같이 임씨는 2002. 10.경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2007. 12.경 담도암 판정을 받는 등 임씨의 건강도 좋지 아니한 상황이어서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병을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고 보이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인다"고 지적하고, "이를 특별한 기여라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임씨가 특별한 기여라고 평가할 만큼 피상속인을 부양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임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 동안 동거 · 간호를 통해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반드시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면, 일체의 사정을 고려하여 후견적 재량에 따른 판단으로 기여분을 정하도록 한 민법 및 가사소송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장기간의 동거 · 간호만을 이유로 (다른 공동상속인, 예컨대 자녀와 달리)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제1차 부양의무인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를 정한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고, 배우자의 부양행위에 대하여 기여분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면, 결국 해석으로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결과가 되어 민법의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민법은 성년인 자녀보다 배우자에게 더 높은 정도의 동거 부양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대신 배우자에게 공동상속인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있는데, 배우자의 통상적인 부양을 위와 같이 가산된 법정상속분을 다시 수정할 사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어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민법 제1008조의2의 해석상 가정법원은 배우자의 동거 · 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와 더불어 동거 · 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 · 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희대 대법관은 대법관 중 유일하게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배우자의 이러한 부양행위는 민법 1008조의2 1항에서 정한 기여분 인정 요건 중 하나인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파기환송 반대의견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