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3∼4개월 동거하고 결혼 계획 논의한 정도만으론 사실혼 관계 아니야"
[가사] "3∼4개월 동거하고 결혼 계획 논의한 정도만으론 사실혼 관계 아니야"
  • 기사출고 2019.11.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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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법] '사실혼 파탄' 손배청구 기각

약 3∼4개월 동거하고 결혼 계획을 논의한 정도만으로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8년 1월부터 B(여)씨와 교제하면서 서로 '자기', '여보', '이쁜이' 등의 호칭을 사용하고, A씨가 B씨의 집에 수시로 방문하여 함께 지내기도 하였으며, 서로 결혼 의사를 표현하면서 집과 가구 등을 알아보는 등 결혼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 A씨와 B씨는 때때로 다투면서 B씨가 A씨에게 이별을 요구하기도 하였는데, 2018년 7월에도 B씨는 A씨에게 헤어지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이별을 요구했으나, A씨가 이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 채 광주지법에서 징역 4월의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A씨와 B씨는 헤어지지 못하였고, A씨의 교도소 수감 중에도 관계를 유지했다. 두 사람은 또 A씨가 2018년 11월 10일경 출소한 이후 특별히 머물만한 거처가 없자 함께 동거하면서 계속하여 연인관계를 유지했다.

한편 B씨는 2018년 9월경 C씨를 알게 되었고, 한 달 후인 10월 29일경부터 서로 연락하며 이성적으로 친밀하게 지내다가 약 보름 후인 11월 14일 누나 동생 사이로 남기로 하면서 관계를 정리했다. A씨는 B씨와 C씨의 만남 사실을 알고는 B씨와 다투었는데, B씨는 A씨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A씨에게 못이기는 척 넘어가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A씨는 올 1월 15일 B씨의 집에서 콘돔을 발견하고 B씨와 또다시 다투게 되었다. 그 후 B씨의 술자리에 대한 A씨의 불만 등 A씨와 B씨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자 B씨는 A씨에게 다시 이별을 요구했다. 이에 A씨가 B씨에게 자살하겠다며 연탄불 피우는 사진을 보내 B씨가 경찰에 자살 의심 신고를 하기도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B씨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한 A씨가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바, B, C씨의 부정행위 및 B씨의 잦은 음주, 과거 연인과의 만남 등으로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B씨와 C씨를 상대로 위자료 10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광주가정법원 윤명화 판사는 그러나 10월 18일 이 소송에서 A와 B씨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윤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7도3952 등)을 인용,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전제하고, "여기서 사실혼 성립의 요건으로서의 혼인의사란 계속적 · 안정적으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겠다는 의사의 합치를 의미하고,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이 계속적 동거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부로서 사회적 공연성을 획득하였을 것을 요구하므로, 단순히 동거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혼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피고 B가 상호 '여보'라는 호칭을, 피고 B의 부모님에 대해 '장인어른', '장모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였고, 서로 결혼 의사를 표현하며 결혼 계획(집이나 가구의 구입 등)을 논의하기도 한 사실, 데이트 통장이라는 명칭의 계좌를 사용하기도 한 사실, 원고가 피고 B의 가족모임에 참석한 바 있고, 피고 B 역시 원고의 가족을 만나기도 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①원고와 피고 B의 실질적 동거기간이 약 3-4개월에 불과한 점, ②원고와 피고 B는 결혼식을 치르거나 양가 부모님과 정식으로 상견례를 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③원고와 피고 B가 상호 애정에 기하여 결혼 의사를 표현하거나 결혼 계획을 논의한 것을 넘어서서, 실제로 신혼집을 마련하거나 살림살이를 구입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④상호간 '여보' 등의 호칭 사용, 데이트 통장의 사용, 상대방 가족과의 몇 차례의 만남 역시 교제 중인 남녀 사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인 점, ⑤원고와 피고 B가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서로를 남편이나 아내로 소개하거나 부부의 모습으로 행동한 사실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계속적 · 안정적으로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영위하겠다는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와 피고 B의 관계가 단순한 연인관계 사이의 동거를 넘어 부부로서 사회적 공연성을 얻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예비적으로 "B씨와 혼인을 체결하기로 합의하여 약혼에 이르렀는바, B, C씨의 부정행위 및 B씨의 잦은 음주, 과거 연인과의 만남 등으로 약혼이 해제되기에 이르렀다"고도 주장했으나, 윤 판사는 "원고와 피고 B의 동거 과정 및 이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피고 B가 결혼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남녀관계로 교제하는 것을 넘어 혼인을 약속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