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공판검사가 고소인에게 피고소인인 수용자 접견녹음파일 제공…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 "공판검사가 고소인에게 피고소인인 수용자 접견녹음파일 제공…개인정보보호법 위반"
  • 기사출고 2019.11.1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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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과거 직속상관 부탁받고 넘겨"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월 31일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사건의 고소인인 변호사에게 이 사건의 피고소인이자 피고인인 수용자의 접견녹음파일을 제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추 모(37) 전 검사에 대한 상고심(2019도11690)에서 추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70만원, 추징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추씨는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에서 공판업무를 담당하면서 A씨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사건의 공소유지를 수행하던 2014년 9월경 과거 직속상관이었던 부장검사로부터 "A씨 사기 사건의 고소인 최 모씨는 나와 친한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100억원 가까이 사기를 당하여 지금 많이 억울해 하고 있으니 최 변호사가 찾아오면 말을 잘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줘라"라는 부탁을 받았다.

추씨는 그 후 공판검사실에 찾아와 자신에게 부탁을 한 부장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최 변호사로부터 A씨의 접견녹음파일을 제공하여 달라는 요구를 받고, 2014년 9월 2일경 서울남부구치소에 A씨의 접견녹음파일을 제공하여 달라는 공문을 송부, 서울남부구치소 측으로부터 이틀 후인 9월 4일경 A씨가 세 달 전 자신의 누나, 지인과 일반접견을 할 당시의 사적인 대화내용이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어 있는 접견음성파일 등 2014년 6월 3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남부구치소 접견음성파일 70개가 저장되어 있는 CD와 이 기간 A씨의 접견일자, 접견 상대방의 이름, 주민번호 앞 일곱자리, 휴대전화 번호 및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 수용자 접견현황 조회 자료를 받은 다음, 이 CD와 수용자 접견현황 조회 자료를 최 변호사에게 그대로 건네주었다. 추씨는 이를 비롯하여 2014년 12월 11일까지 6회에 걸쳐 A씨와 접견상대방들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A씨의 서울남부구치소 접견녹음파일 147개와 그에 대한 수용자 접견현황 조회 자료를 서울남부구치소 측으로부터 제출받아 A씨와 접견상대방들의 동의를 받거나 법령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 정당한 권한 없이 임의로 최 변호사에게 제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됐다.

추씨는 이 외에도 자신이 수사 중인 강제추행치상 고소사건의 고소대리인인 또 다른 변호사로부터 3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와 지인 2명에게 사건 진행상황을 알려준 혐의로도 기소됐다.

추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와 관련, "A씨에 대한 형사재판의 공판검사로서 공소유지를 위하여 고소인인 최씨에게 관련자료를 제공한 것이므로 이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고소인인 최씨의 부탁을 받고 남부구치소에 수용된 A씨의 접견녹음파일을 요청하여 이를 회신받은 사실, 피고인은 회신받은 파일에 대하여 공판검사로서 그 내용에 대하여 검토나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여섯 차례에 걸쳐 최씨에게 그대로 교부한 사실, 검찰의 '사건기록 열람 · 등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대검예규 556호) 4조 2항에 의하면,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공소제기 후 증거제출 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담당검사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때에는 피해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범위로 한정하여 피해자 본인 제출서류 외의 서류의 열람등사를 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는바,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처리지침을 지키지 않고 접견녹음파일을 그대로 넘겨 준 사실, 피고인은 최씨가 분석한 접견녹음파일을 근거로 하여 A씨에 대한 양형자료를 공판과정에서 재판부에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공판카드에 접견녹음파일 조회요청을 기재하지도 않고, 최씨로부터 제공한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서약서 등을 받지도 않은 사실, 이에 A씨의 형사재판이 종결된 이후에도 최 변호사 사무실 직원 컴퓨터에 각 접견녹음파일이 그대로 저장되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누설하게 된 경위나 목적, 누설한 개인정보의 내용, 피해자에 대한 보호법익, 긴급성, 보충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개인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각 접견녹음파일을 최씨에게 전달한 행위가 검사의 업무로 인한 행위이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유출한 개인정보의 양이 적지는 않지만, 피고인은 선배의 부탁을 받은데다가 당시 본인이 담당하고 있던 사건의 고소인이었던 최씨로부터 공소유지에 대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하게 된 것일 뿐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개인적인 이득을 얻은 것은 없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등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