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미 지급한 임금은 근로자 개별 동의 없으면 임금협정만으로 환수 불가"
[노동] "이미 지급한 임금은 근로자 개별 동의 없으면 임금협정만으로 환수 불가"
  • 기사출고 2019.11.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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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사 합의 불구 택시회사에 패소 판결

회사가 근로자에게 이미 지급한 임금은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없는 이상 노조와의 임금협정만으로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0월 18일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택시업체인 S사가 "임금협정에 따라 1일 4000원씩 인상한 사납금을 2010년 7월로 소급적용해 근무일수와 1일 4000원을 곱한 금액을 회사에 지급하라"며 장 모씨 등 A사에서 택시기사로 근무하고 있거나 퇴직한 근로자 17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60207)에서 장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이같이 판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다만 나머지 16명의 상고는 상고장에 불복 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S사는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로 하여금 1일 총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회사에 납부하게 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는 방식인 이른바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여 왔다. S사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로 조직된 노조와 S사가 2008년 10월 체결한 2008년도 임금협정에 의하면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 주 40시간', 1일 사납금은 '1일 2교대의 경우 7만 3000원 또는 7만 7000원, 1일 1차의 경우 9만 5000원 또는 9만 7000원'이었다. 그런데 2007년 12월 27일 신설된 최저임금법 6조 5항이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임금으로 한정하여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도록 규정,  법 시행시기인 2010년 7월 1일부터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S사와 노조가 교섭을 해 2010년 8월경 '노사 쌍방은 신설된 최저임금법 6조 5항이 2010년 7월 1일부터 적용을 받게 되어 근로조건(임금) 및 운송수입금 사항 등이 포함되는 단체(임금)협약 체결시 체결시점을 2010년 7월 1일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한다. 단 소급 적용시 회사는 인상된 월 임금의 차액을 소급하여 각 근로자에게 지급하고, 각 근로자는 회사에 인상된 차액의 운송수입금을 소급하여 입금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고, 그 후 단체교섭이 장기화되자, S사는 장씨 등에게 2011년 7월분까지 2008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계산한 임금을 지급했다. S사는 이어 2011년 9월 소정근로시간은 기존보다 단축된 '1일 5시간(1년 미만 4시간 20분), 주 30시간'이고, 1일 사납금은 4000원을 인상한 2011년도 임금협정을 체결한 뒤, "2011년도 임금협정에 의하여 사납금이 1일 4000원씩 인상되었고, 노사 합의에 따라 이는 2010년 7월 1일부터 소급적용된다"며 장씨 등을 상대로 2010년 7월 1일부터 2011년 7월 31일까지의 실제 근무일수에 사납금 인상분 1일 4000원을 곱한 금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급되었거나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반환이나 포기 및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장씨 등 개별근로자의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아니한 이상, 노조는 (2010년 8월경) 합의 및 2011년도 임금협정만으로 이미 장씨 등에게 지급된 임금 중 일부를 사납금 인상분이라는 명목으로 원고에게 소급하여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의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2010년 8월경) 합의 및 2011년도 임금협정에 의하여 장씨 등의 사납금 인상분 지급의무가 소급하여 발생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S사는 "2011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계산한 2011월 7월분까지의 장씨 등의 임금이 회사가 이미 지급한 임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며 그 차액을 회사에 반환하라고도 요구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 중 임금반환청구 부분은 2008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피고 등에게 지급한 임금보다 2011년도 임금협정에 따라 계산한 피고 등에게 지급할 임금이 더 적다고 주장하면서 그 차액분을 반환하라는 것인바, 이는 (2010년 8월경) 합의 체결 당시 당사자가 예정한 내용이 아니고, 합의를 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데다가,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하여 지급까지 완료된 임금에 대하여 그중 일부를 소급적으로 반환하라는 것이어서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합의에 대하여 피고 등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이 부분 청구를 기각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