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영화감독이 계약 기간 중 부동산 컨설팅사 운영하며 다른 회사에 거액 용역 제공…감독계약 해제 적법"
[민사] "영화감독이 계약 기간 중 부동산 컨설팅사 운영하며 다른 회사에 거액 용역 제공…감독계약 해제 적법"
  • 기사출고 2019.11.12 05: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겸직금지 · 전념의무 위반"

영화사와 감독계약을 체결한 영화감독이 자신이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회사 명의로 제3자에게 20억원이 넘는 용역을 제공했다면 이는 겸직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되어 영화사의 감독계약 해제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4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9월 4일 영화감독 A씨가 "계약해제는 위법하니 계약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중도금 및 잔금인 7000만원과 위자료 2000만원 등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영화제작사인 B사와 B사의 대표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033334, 2033341)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6년 4월 B사와 B사가 제작하는 영화의 감독을 맡는 감독계약을 맺었고, B사는 A씨에게 계약금 3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남자주인공의 캐스팅이 이루어지지 않아 예정했던 시기에 영화의 촬영을 개시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B사는 A씨에게 남자주인공의 캐릭터를 좀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각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사업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어 B사는 2015년 11월 영진위와 영화의 제작비로 5억원을 지원받는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약정체결일로부터 8개월 이내인 2016년 7월까지 시작하지 않으면 지원결정이 취소될 수 있었다. 이에 A씨가 각색한 시나리오에 관하여 A씨와 C씨, 스태프들이 시나리오 회의를 하였으나 A씨의 각색본은 과도한 설정과 영화의 기획의도를 담아내지 못한 시나리오로 안좋은 평가를 받았고, 남자주인공의 분량 등 각색 방향에 관하여 A씨와 C씨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남자주인공의 캐스팅 및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촬영개시를 할 수 없게 되자 B사는 2016년 7월 영진위에 제작착수기간 연장을 신청, 영진위가 제작착수기간을 2016년 7월에서 2016년 10월로 3개월 연장해주었다.

이후 C씨가 2차례에 결쳐 A씨 등 스태프들에게 시나리오 각색 방향에 관한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으나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B사는 2016년 9월 A씨에게 불완전한 용역 제공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A씨가 계약해제는 위법하다며 B사를 상대로 계약에 따라 지급받아야 할 중도금 및 잔금인 7000만원을 구하고, C씨가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감독 업무를 불성실하게 한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발언을 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며 C씨를 상대로 위자료 20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피고들은 "영화감독계약상의 의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거나 이행을 거절하였으며, 계약이 유지되고 있던 2016년 4월경부터 9월경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하여 제3자에게 분양대행, 상가 운영 등의 용역을 제공하여 계약해제가 적법하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계약 위반 등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5000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반소를 냈다.   

재판부는 "영화는 그 특성상 감독의 역할이 매우 크고 상상력을 모아 만들어지기에, 상상력의 출발인 감독의 역할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며 "이러한 감독의 역할에 따라, 감독계약을 체결하는 제작사는 감독에게 감독계약 기간 동안 제3자에게 용역을 제공하지 말 것을 계약조항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감독이 해당 영화가 아닌 제3자에게 용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한국 영화계의 통상적인 관례"라고 밝혔다. 이어 "(A씨와 B사가 맺은) 계약에서도 원고는 '한국 영화계에서 감독이 관례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용역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면서, '감독으로서의 용역 제공이 완결될 때까지 B사의 서면 동의 없이는 제3자에게 감독용역 및 기타 어떠한 용역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부동산 컨설팅, 분양업 등을 하는 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동시에 유일한 사내이사로서 대표자인데, 쟁점 회사는 (A씨와 B사의) 계약이 체결된 2016. 4.경부터 계약이 해제된 2016. 9.경까지 총 49회에 걸쳐 다른 회사 2곳에 분양대행, 상가 운영 등에 관한 용역을 제공하였는데, 위 기간 총 공급가액이 21억원을 초과하고, 위와 같이 실질적으로 원고의 1인 회사인 쟁점 회사가 2016. 4.경부터 2016. 9.경까지 제3자에게 제공한 용역의 공급가액이 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보수의 20배가 넘는 반면, B사는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원고로부터 쟁점 회사의 존재 자체도 고지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결국 원고는 (B사와 맺은) 계약에서 '한국 영화계에서 관례적으로 제공하는 모든 용역을 제공할 의무'의 내용으로서 예시적으로 규정한 겸직금지의무 또는 전념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함으로써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완전하게 이행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가 운영한 회사의 목적사업에는 영화기획 및 제작 등도 포함되어 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가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므로, 원고의 계약상 의무의 불완전이행 등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B사의 계약해제는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원고의 주장과 같이 C가 원고가 감독 업무를 불성실하게 한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발언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표현은 원고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기 보다는 원고에 대한 C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가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반소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