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도와달라는 후보로부터 돈 받아 지역 조합장들에게 배분 안 했어도 위탁선거법 위반 유죄"
[선거] "도와달라는 후보로부터 돈 받아 지역 조합장들에게 배분 안 했어도 위탁선거법 위반 유죄"
  • 기사출고 2019.11.0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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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돈 받은 중간자에게 재량이 있으면 충분"

대구지법 형사2부(재판장 허용구 부장판사)는 11월 1일 수협 중앙회장 선거에서 지역 조합장들이 지지하도록 도와달라며 같은 지역 조합장인 선거인에게 2000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모(61)씨에 대한 항소심(2019노28 51)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9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 2000만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임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진도군 수협 조합장 김 모(69)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2019년 2월 22일 실시된 제25대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임씨는, 2019년 1월 6일 오전 8시 10분쯤 광주 북구에 있는 광주문화예술회관 앞 도로에 정차된 김씨의 체어맨 승용차 안에서 수협 중앙회장 선거의 선거인이었던 김씨에게 "형님, 이번 선거 도와주이소. 전남권 조합장님들한테 말 좀 잘 해 주이소. 이 돈을 경비로 사용하시고 저를 좀 도와주이소"라고 말하며 현금 2000만원을 제공한 혐의(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임씨는 또 선거운동을 위해 제주수협 조합장실에 4차례 호별방문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제25대 수협중앙회장 선거의 선거인은 수산물가공 조합장 2명, 업종별 조합장 19명, 지구별 조합장 70명 등 총 전국 91명의 조합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남지역에는 전남 진도군 조합장인 김씨 등 20명의 조합장이 있다. 임씨는 선거에서 낙선했다.

1심 재판부가 임씨와 김씨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김씨는 또 "단순히 돈을 보관하거나 심부름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선거인 매수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준비 · 예비 내지 미수 행위에 그쳐 위탁선거법 58조 3호, 1호의 '선거인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전을 제공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위탁선거법 58조 1호의 매수죄는 금전 등을 제공받은 당해 선거인의 투표행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금전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금전 등을 제공받은 선거인으로 하여금 타인의 투표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특정 후보자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게 만들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상대방으로부터 금전 등의 제공을 받은 경우에는 위탁선거법 58조 3호의 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2009도834 판결 등)을 인용, "공직선거법 230조 1항 4호, 5호, 135조 3항에서 정한, 금품 기타 이익의 '제공'이라 함은 반드시 금품 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금품 등을 지급받은 상대방이 금품 등의 귀속주체가 아닌 이른바 중간자라고 하더라도, 그 중간자가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특정인에게 특정 금품을 전달하기 위하여 심부름을 하는 사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금품 등의 배분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금품 등을 주는 것은 위 규정에서 말하는 '제공'에 포함된다 할 것이어 후보자 등이 최종유권자가 아닌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것이 '제공'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중간자가 단순히 보관하거나 심부름하는 자가 아니라 중간자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의 선거인들을 매수하여 지지표를 확보하는 등의 부정선거에 사용하도록 제공된 것으로서 그 중간자에게 위와 같은 의미의 재량이 있으면 족한 것이고, 그가 금품을 받은 후 이를 모두 하부단계의 사람들에게 배분하여 주었는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유용하였는지, 그 사용처가 모두 밝혀졌는지 여부 등은 이미 성립한 범죄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며, 한편 그 중간자가 후보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을 당시에 그에게 위와 같은 의미의 재량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후보자 등과 그와의 관계, 금품 등을 수수한 동기와 경위, 그 당시 언급된 사용용도와 사용방법, 당시의 선거상황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법리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선거인 등에 대한 금전 등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는 위탁선거법 58조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있어서도 역시 적용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김씨에게는 (임씨로부터 받은) 2000만원의 배분대상, 방법 등 그 처분에 관하여 상당한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었으므로, 위탁선거법 58조 3호의 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에 대한 양형과 관련, "이 사건 수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임씨가 낙선함으로써 김씨의 범행이 선거의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가 임씨로부터 제공받은 2000만원을 임씨에게 그대로 반환한 점, 김씨가현직 조합장으로서 만약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다면, 그 지위를 잃게 될 처지에 있는 점은 인정되나, 이 사건 범행은 수협과 같은 공공단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하여 궁극적으로 공공단체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탁선거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인데, 죄질이 나쁘고, 위탁선거법이 적용되는 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당해 선거의 폐쇄성, 선거인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선거범죄를 엄단할 필요가 있는 점, 김씨가 제공받은 금액이 2000만원으로 다액인 점, 김씨에게 이미 위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형(90만원)을 받은 전과가 1회 있는 점, 민주주의의 근본인 선거에서 금품을 살포하는 이른바 '돈선거'는 구 시대적 악폐로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점도 인정된다"며 "원심이 김씨에게 선고한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1심의 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씨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수협과 같은 공공단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하여 궁극적으로 공공단체의 건전한 발전과 민주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위탁선거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인데, 그 죄질이 나쁘고, 위탁선거법이 적용되는 조합의 조합장 선거는 당해 선거의 폐쇄성, 선거인의 제한 등으로 인하여 선거범죄를 엄단할 필요가 있는 점, 피고인 임씨가 제공한 금액이 2000만원으로 다액인 점, 위 피고인에게 이미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죄로 벌금형(150만원)의 처벌을 받은 전과가 1회 있는 점은 인정되나, 임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수협 중앙회장 선거에서 낙선함으로써 범행이 선거의 결과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가 임씨로부터 제공받은 2000만원을 그대로 반환함으로써, 이 돈이 임씨의 의도대로 전남권 수협 조합장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년을 징역 9개월로 감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