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현금카드 빌려줬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죄
[형사]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현금카드 빌려줬더라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19.11.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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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대가 약속한 대여로 볼 수 없어"

의정부지법 유상호 판사는 최근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현금카드를 빌려주었다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단882).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A씨는 2019년 1월 7일경 어떤 사람으로부터 '대출을 해주겠다. 대출을 위해서는 신용도를 확인해야 하고, 이자를 보내주는 카드로 받아가겠다'는 제의를 받고 2019년 1월 10일 오후 3시쯤 자신 명의의 기업은행 계좌와 연결된 현금카드 1개를 택배를 통해 이 사람에게 주고 카카오톡으로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판사는 먼저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 2호에서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이고, 그 중에서도 '대가를 수수(授受)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또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 및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이와 관련하여 '대가를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의 의미가 문제되는데, 이는 '접근매체를 교부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를 사용 · 수익하게 하는 의미의 '대여'를 하면서 그와 같은 대여를 해준 것에 직접 대응하여 제공하는 돈이나 보수를 의미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유 판사는 이어 "성명불상자가 접근매체를 건네받아 하기로 한 행위들 중 피고인의 '신용도 확인'은 성명불상자가 대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성명불상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로 볼 수도 있으나, 대출을 받고자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신용이 있음을 소명하기 위한 것이어서 피고인에게도 상당한 이익이 되는 행위이므로 그에 관하여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대가를 지급받을 만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성명불상자가 접근매체를 건네받아 하기로 한 행위 중 '이자 지급'은 성명불상자가 대출을 하여 주고 그 대출금에 대한 이자 상당액을 피고인이 건네주는 현금카드로 출금하여 받아가겠다는 것이어서 성명불상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로 볼 수는 있으나, 그와 같은 이자 지급은 피고인의 신용도 등을 고려하여 이미 대출에 관한 결정 및 대출금 지급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고 통상적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관건이 되지도 아니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이자를 출금하라며 현금카드를 건네준 것을 들어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는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대출을 위한 신용도 확인 및 이자 지급을 위해서 현금카드를 빌려준 것은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 2호의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유 판사는 이와 관련, "대여한 접근매체를 이용한 전화금융사기(일명 보이스피싱 사기) 등의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크고, 대가를 수수, 요구,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 및 처벌하는 내용으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한 이유도 타인명의의 통장을 대여하여 사용하는 이른바 '대포통장'을 활용한 범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어떠한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을지 여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정해야 하고, 그와 같은 법률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원칙과 기본권 보장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A씨가 접근매체를 양도한 혐의로도 기소했으나, 유 판사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에게 예비적 공소사실과 같이 현금카드를 교부한 것이 위 현금카드의 소유권 내지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이전하기 위하여 교부한 것으로서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 1호의 접근매체 양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에 보기에 부족하다"며 이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전자금융거래법 6조 3항 1호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