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노래바에서 부하 여직원 손 만졌다고 강제추행 단정 곤란"
[형사] "노래바에서 부하 여직원 손 만졌다고 강제추행 단정 곤란"
  • 기사출고 2019.10.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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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 일으키는 부위 아니야"

수원지법 형사12부(재판장 김병찬 부장판사)는 10월 10일 노래바에서 부하 여직원의 손을 만졌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36)씨에게 "손 자체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153).

A씨는 2018년 5월 6일 오전 2~3시쯤 안양시에 있는 한 노래바 내에서 부하 직원인 B(여 · 당시 24세)씨 옆으로 다가가 B씨의 손을 주무르는 등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부터 B씨의 손을 잡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격려의 의미로 잡은 것에 불과하고 B씨가 거부함에도 유형력을 행사하여 주무르고 B씨를 추행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B씨는 평소에 A씨와 함께 근무하면서 느낀 불편함이나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당일 밤에 A씨를 만났고, 대화를 하다 보니 오해가 풀려서 2차로 노래바를 가게 되었는데 노래바 안에서 A씨가 자신의 손을 계속 주물러서 거부하는 듯한 행위를 하였음에도 손을 놓지 않아 짐을 챙겨서 그 자리를 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도 손을 만진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소사실에 적시된 것처럼 주무르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신체부위는 손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잡은 것에 그쳤을 뿐 피해자의 다른 신체부위를 쓰다듬거나 성적 언동을 하는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동이 비록 피해자에게 불쾌감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 행위가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손을 만지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다는 것으로, 비록 피고인의 행동에 대해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끼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평소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오해를 푼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손을 잡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크고, 실제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접촉한 신체부위,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대화를 하면서 손을 접촉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강제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손을 잡는 행위에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아가 그러한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행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지만, 이렇듯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될 수 있으려면 행위자의 행태가 상대방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라고 볼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하고, 그러한 행위 자체가 성욕의 흥분, 자극 또는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서 건전한 상식 있는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볼 만한 징표를 가지는 것이어서 폭행행위와 추행행위가 동시에 피해자의 부주의 등을 틈타 기습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또한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주관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통하여 성욕을 충족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야기할 만한 행위를 행한다는 인식 하에 일반적인 입장에서 성욕의 자극이나 만족을 구하려는 행태로 볼 만한 경향성이 드러나 상대방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폭력적인 행태에 의해 침해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야 비로소 형사책임의 영역에서 취급되는 강제추행죄의 죄책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