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버스 앞좌석 여성 뒷머리에 정액 묻힌 남성, 항소심서 무죄
[형사] 버스 앞좌석 여성 뒷머리에 정액 묻힌 남성, 항소심서 무죄
  • 기사출고 2019.10.22 0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원지법] "증거 불충분…고의로 묻혔다고 단정 불가"

수원지법 형사8부(재판장 송승우 부장판사)는 10월 4일 버스에서 앞좌석에 앉은 여성의 뒷머리에 자신이 사정한 정액을 뿌려 묻게 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로 기소된 회사원 A(39)씨에 대한 항소심(2019노2304)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 사회봉사 160 시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5월 14일 오후 10시 28분쯤부터 오후 10시 52분쯤 사이에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맨 뒷자리에 앉아, 앞좌석에 앉아있던 B(여 · 당시 31세)씨의 뒷머리를 향해 자신이 사정한 정액을 뿌려 추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자 항소했다.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수사기관에서 최초로 작성한 진술서에서 '당일 술에 취해 버스에서 중간에 잠이 들었고, 비염으로 재채기를 했을지언정 정액을 묻힌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며칠 뒤 이루어진 피의자신문 과정에서도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정액을 뿌리거나 그런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 혹시나 술을 마시고 정신이 돌아서 그랬나 싶어 집에 가서 옷이랑 전부 뒤져봤는데도 그런 흔적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위행위를 한 바 없고 그밖에 피고인의 정액을 고의로 피해자의 머리에 묻게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 역시 피고인이 자위행위 내지 사정을 하거나 피해자의 머리에 정액을 묻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바 없고, 다만 피해자는 냄새나는 액체가 머리에 묻어 있고 이전에 피해자의 머리를 건드리는 기척을 느꼈기에 뒷좌석에 앉아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에 고의로 정액을 묻혔을 것이라고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B씨의 후두부 머리카락 표면에서 A씨의 정액 성분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나,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B씨의 머리카락에서는 A씨의 정액뿐만 아니라 A씨의 타액 성분도 함께 검출되었다. 또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발생 당시 B씨의 머리카락에 묻은 정액의 양이나 정액과 타액의 구성 비율, 정액과 타액이 묻은 시점과 선후관계 등은 알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개월 전에 묻은 극소량의 정액도 검출될 수 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당시 피고인이 앉아 있던 버스 내 좌석의 위치와 승객 등 주변 상황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이 몰래 사정하거나 정액을 뿌리기 용이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목격자의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증거도 없다"며 "결국 피해자의 진술과 감정결과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향해 사정하거나 정액을 뿌려 고의로 피해자의 머리에 정액을 묻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타액과 정액이 다른 경로를 통해 피해자의 뒷머리에 묻게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어 A씨는 무죄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