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신길역에서 휠체어리프트 타려던 장애인 추락사…서울교통공사, 1억 3200만원 배상하라"
[손배] "신길역에서 휠체어리프트 타려던 장애인 추락사…서울교통공사, 1억 3200만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9.10.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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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법] "추락 방지 보호장치 설치 안 해"

서울지하철 신길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다가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한 장애인 고(故) 한경덕씨의 유족에게 서울교통공사가 1억 3200여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이유형 부장판사)는 10월 18일 한씨의 부인과 세 자녀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합103014)에서 "서울교통공사는 원고들에게 1억 3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반신과 왼팔의 운동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여 이동할 때 휠체어를 이용하여야 하는 지체장애(척추) 1급 장애인인 한씨는 2017년 10월 20일 오전 10시쯤 지하철 신길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1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려다가 계단 아래로 추락하면서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석 달 후 사망했다. 신길역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장애인이 환승하기 위해서는 환승통로 계단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한씨도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고 수차례 전진 · 후진 · 회전 등을 반복하다가 계단을 등진 상태에서 약간 후진하던 중 전동휠체어와 함께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이에 한씨의 부인과 세 자녀가 서울지하철 1∼8호선을 관리 ·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고는 한씨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고 약간 후진하다가 전동휠체어와 함께 추락하여 발생한 것인데,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이 계단에서 91.5㎝ 떨어진 매우 위험한 곳에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앞에는 폭 24㎝의 배전상자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점, 한씨와 같은 왼쪽 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배전상자가 앞을 가리고 있고 호출버튼과 계단의 짧은 이격 거리 때문에 계단 바로 앞에 서 계단을 등지거나 휠체어가 계단과 나란히 선 상태에서 호출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어 보이는 점,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은 총 계단수가 74개이고 총 높이가 12.03m로 추락할 경우 매우 위험해 보임에도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한씨가 전동휠체어 조작을 잘못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피고가 장애인의 이용 상의 불편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고려 없이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버튼을 매우 위험해 보이는 계단으로부터 91.5㎝ 떨어진 장소에 설치하고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아니하여 한씨가 추락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사고가 발생한) 휠체어리프트(호출조작반 포함)의 설치 · 보존자인 피고가 호출버튼을 휠체어 이용자의 추락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은 장소에 설치하면서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하지 아니한 이상 휠체어리프트는 위험성에 비추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여 설치 · 보존에 하자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로 인하여 한씨와 원고들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휠체어리프트의 호출버튼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 사고가 처음이고, 한씨가 2017년경부터 병원을 월 2회 정기적으로 내방하면서 이 휠체어리프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온 점, 한씨는 호출버튼을 조작하기 어려운 경우 주변인이나 역사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사고를 피할 여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과실상계나 공평의 원칙에 따라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휠체어리프트와 호출버튼의 설치위치와 주변 구조물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가 사고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아니하고도 호출버튼의 위치 변경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위험 발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면 이전에 동종의 사고가 없었다거나 한씨가 종전에 휠체어리프트를 여러 차례 사용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의 책임을 제한할 사유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19조는 교통사업자의 의무로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휠체어리프트와 관련해 호출버튼을 사고위험이 높은 장소에 설치한 채 그 부근에 역사 전화번호를 표시해 두었다고 하여, 한씨가 역사에 전화를 하지 않았다거나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아니한 행위를 두고 한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