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풀려 지급한 급식비 일부 되돌려받아 다른 비용으로 지출했어도 유치원장들 사기 유죄"
[형사] "부풀려 지급한 급식비 일부 되돌려받아 다른 비용으로 지출했어도 유치원장들 사기 유죄"
  • 기사출고 2019.10.21 14: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다른 용도 지출은 사기 범행의 동기 불과"

유치원 원장이 식자재 업체에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지급했다가 일부를 되돌려받아 다른 비용으로 지출했어도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학부모에 대한 사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식자재 대금을 부풀려 받은 후 상당액을 유치원 원장 등에게 되돌려준 혐의(사기)로 기소된 식자재 업체 대표인 로스쿨생 A(39)씨와 영업이사 B(56)씨,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24명에 대한 상고심(2018도20386)에서 A씨 등의 상고를 기각,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B씨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A씨로부터 돈을 받은 유치원 원장 12명은 각각 벌금 3000만원~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어린이집 원장 12명에게는 급식비 지원 주체가 학부모가 아닌 국가 또는 지자체여서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4년 1월경 부산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 김 모씨로부터 식자재 대금 12,644,628원을 받아 실제 식자재 대금 2,122,552원과 (실제 식자재 대금과 지급받은 식자재 대금의) 차액 중 10% 상당에 해당하는 1,052,208원을 자신의 수익금으로 공제한 다음, 나머지 9,469,868원을 김씨가 지정한 차명계좌로 돌려준 것을 비롯하여 2014년 1월경부터 2016년 5월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김씨에게 1억 800여만원을 차명 계좌 또는 현금으로 돌려주었다. A씨는 이런 방법으로 영업이사 B씨, 유치원 원장, 어린이집 원장들과 공모해 2014년 1월경부터 2016년 5월경까지 38개 유치원 원장과 103개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부풀린 식자재 대금에서 실제 식자재 대금과 수수료 10%를 공제한 후 돌려주고 유치원 원장와 어린이집 원장들은 부풀린 식자재 대금 28억 2200여만원을 마치 실제 지급한 비용인 것처럼 보호자들에게 급식비 명목으로 청구하여 보호자들로부터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12명의 유치원 원장과 12명의 어린이집 원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유치원 원장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실제 사용된 식자재 대금 보다 200%~300% 과다하게 급식비를 수납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로스쿨생인 A씨는 식자재 공급과 차액 지급을 통해 수익을 얻고 유치원 원장 등에게 수사 사건 등에 대한 법률자문, 법률상담, 법률문서 작성 · 검토 등을 해 주며 영업을 확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유치원 원장들은 이에 대해 "검찰이, 돌려받은 식자재 대금만큼은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급식비를 초과하여 수령한 것이고, 학부모들로부터 급식비를 편취한 것이라고 공소사실을 구성하였으나, 실제 지출한 급식비가 A씨 측으로부터 실제 구입한 식자재비 뿐이었는지 등을 조사하지 않아 편취행위가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유치원 원장 등의 진술에 의하면, 식자재 구입비를 실제 지출하는 경우에도 영수증 등 지출 증빙자료를 갖추기 어려워 A씨 측으로부터 이러한 자료를 받았다고 하고, 유치원을 운영하는 경우 급식을 실시하면서 A씨 측과 거래를 하면서도 다른 곳으로부터 식자재를 구입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편취행위가 곧바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0도1899 판결 등)을 인용,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그 영향이 없어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므로, 피고인 원장들이 A씨 등과 공모하여 실제 공급받는 식자재 대금을 초과하는 급식비를 수납하여 그 차액을 돌려받기로 계획하고, 그에 따라 학부모들로부터 A씨 업체에 대한 실제 식자재 대금을 훨씬 상회하는 급식비를 청구하여 교비계좌로 수납한 때 이미 사기죄는 성립하고, 피고인 유치원 원장들이 수납한 급식비가 포함된 교비계좌에서 위 급식비에 상당한 돈을 A씨 측에게 지급하였다가 일부 돌려받았다거나 다른 급식 관련 업체에 지급하였다거나 또한 위와 같이 돌려받은 돈을 A씨 업체에 대한 식자재 대금이 아닌 다른 급식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 행위는 사기 범행이 완료된 이후의 의사로서 행해진 사기 범행의 동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마찬가지로 피고인 유치원 원장들이 유치원 설립 · 운영을 위하여 개인적인 지출을 하였고, 돌려받은 돈을 그와 같은 유치원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사기 범행으로 취득한 재물 내지 재산상의 이득을 사용 · 소비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으므로, 결국 피고인 유치원 원장들이 A씨로부터 반환받은 돈을 급식 관련 비용 등으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기죄의 성립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유치원을 운영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지출을 하였고,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이 수납한 급식비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위 지출을 보전하거나 추가 식자재 구입비용, 급식 관련 인건비를 포함한 유치원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민간 교육시설의 운영 현실과 관련 법령 사이에 괴리로 인하여 섣부른 판단 아래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에서 참작,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