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아파트 지분 매수 과정에서 갈등 겪던 공무원인 매도인에 '민원 넣겠다' 문자…정보통신망법 위반 무죄"
[형사] "아파트 지분 매수 과정에서 갈등 겪던 공무원인 매도인에 '민원 넣겠다' 문자…정보통신망법 위반 무죄"
  • 기사출고 2019.10.1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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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체 맥락에서 판단해야…공포심 · 불안감 유발 내용 아니야"

대법원 제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9월 25일 아파트 지분 매수와 관련 가격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던 공무원인 매도인에게 '감사실에 민원을 넣겠다'는 등의 문자를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기소된 배 모(62)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9007)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실제 민원을 제기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배씨는 서울시내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여)씨와 A씨의 남편이 1/2 지분씩 공유하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아파트에 관하여 2017년 10월 A씨의 남편의 지분을 경매로 매수한 데 이어 5개월 후인 2018년 3월 나머지 A씨의 지분을 2억 6700만원에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A씨의 지분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가격 문제 등으로 시비가 일어 2017년 10월 11일부터 2018년 6월 4일까지 A씨의 휴대폰에 "봉급을 압류하겠다, 부당이득금 안주면 구청으로 받으러 가겠다. 위장전입으로 서울시 감사실에 민원 넣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11차례에 걸쳐 보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4조 1항 3호는 "44조의7 1항 3호를 위반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 · 문언 · 음향 ·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배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인지 여부는, 피고인과 A씨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들의 전체적 맥락을 고려하여 판단함이 타당한바, A씨가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들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A씨가 피고인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A씨는 피고인에 대하여 어떠한 경위로 자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되었는지 밝힐 것을 촉구하고, 아파트에 관한 자신 명의의 공유지분을 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할 것을 종용하였으며, 반복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신에게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등과 같이 법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였으며, 피고인의 실수에 관해 비아냥거리기도 하였는바, 이는 피고인이 보낸 문자메시지로 인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느낀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A씨가 (A씨와 남편의) 아파트에 관한 공유지분을 경매로 취득한 피고인에 대하여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음이 추인되는바, 피고인은 이러한 A씨의 태도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일 뿐, (A씨가 근무하는) 구청을 찾아가거나 민원을 제기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실제로 그러지도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문자메시지는 사회 일반의 논리칙과 경험칙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를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항소심)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의7 1항 3호에서 정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