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자 개인연금 회사부담분도 통상임금"
[노동] "근로자 개인연금 회사부담분도 통상임금"
  • 기사출고 2019.10.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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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지원] 삼성SDI 천안사업장 근로자들 승소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회사가 개인연금료 중 절반을 지원한 경우 개인연금 회사부담분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1부(재판장 최보원 부장판사)는 최근 문 모씨 등 삼성SDI 천안사업장 근로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6가합102095)에서 이같이 판시, "삼성SDI는 원고 3명에게 개인연금 회사부담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시간외수당, 유급특근수당, 심야수당과 기지급액과의 차액인 총 67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감천이 원고들을, 삼성SDI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법무법인 감천 vs 율촌 대리전

삼성SDI는 2012년 7월경부터 만 18세 이상 근로자들이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근로자들의 보수월액 기준 월 3%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한편, 해당 금액(보수월액 3%)을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으로 지원하여 왔다. 삼성SDI는 또 만 18세 미만의 근로자로 개인연금 가입이 불가한 경우에도 해당 금액을 마을금고에 적립하여 연금료를 지원하고, 만 18세가 되면 곧바로 개인연금에 가입하도록 정하고 있다. 2018년 12월 현재 삼성SDI 천안사업장의 개인연금보험 미가입자는 가입대상 3244명 중 37명에 불과하다.

원고들은 "회사가 개인연금 회사부담분과 고정시간외수당, 능력급을 매월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였으므로 이는 그 성질상 근로기준법이 정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소 제기시로부터 3년을 역산한 2013. 3. 급여 분부터 2016. 8. 급여 분까지 피고가 지급한 임금과 개인연금 회사부담분, 고정시간외수당, 능력급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이를 기초로 다시 산정한 정당한 임금과의 차액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개인연금 회사부담분과 관련,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이라도 그것이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고, 소정 근로시간의 근로에 직접적으로 또는 비례적으로 대응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것이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 없으므로 그런 사유만으로 그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는 없고, 따라서 복리후생적 명목의 금품도 정기성, 일률성 및 고정성이 인정되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것이고, 여기서의 고정성 역시 반드시 소정 근로시간의 근로에 직접적으로 또는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2013. 3.경부터 2016. 8.경까지 피고 천안사업장 만 18세 이상의 근로자 전원이 개인연금 가입대상에 해당하여 개인연금에 일괄 가입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가입대상이 아닌 만 18세 미만 근로자에게도 마을금고에 연금료 상당액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는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근무일,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이를 지급하여 왔으므로, 이는 정기성 · 일률성 ·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아니하거나 가입했던 개인연금을 해지한 근로자에게는 개인연금 회사지원분을 지급하지 않고, 신규 가입대상자는 개인연금 가입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며, 근로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하고 월 보수월액의 3%를 납입하는 소정 근로의 제공과 무관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피고가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였으므로, 일률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해당 근로자의 개인적인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지급을 제한하는 것이거나 개인연금가입을 위한 절차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이 일률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근로자가 부담하는 개인연금료는 보수월액의 3%로 고정되어 급여에서 공제되는 방식으로 납입하게 되므로, 개인적이고 특수한 사정으로 개인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가 개인연금에 가입되어 있기만 하면 피고가 근로자에 대하여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할 의무가 확정되어 있는바, 근로자가 월 보수월액의 3%를 연금료로 납입하는 것이 피고가 개인연금 회사부담분을 지급하는 추가적인 조건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정시간외수당에 대해서도, "본래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지급되던 돈이 고정시간외수당으로 명칭만을 달리한 채 매월 정기적으로 급여 지급일인 21일에 피고의 근로자들인 원고들에게 일괄적으로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면, 고정시간외수당은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능력급에 대해서도, "능력급은 그 명칭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연봉제 도입 이전에 지급되던 정기상여금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월 급여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월별로 나누어 급여에 포함시킨 것에 불과한 만큼, 그 실질은 정기상여금과 동일하다고 보인다"며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삼성SDI는 1999년 3월경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에 월 급여 대비 500%로 지급되던 정기상여금을 월할하여 매월 급여에 포함시킨 후 연봉제 근로자에게 능력급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했다.

삼성SDI는 신의칙 위배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원고들 외의 다른 근로자가 이 소송 결과에 따라 동일 또는 유사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여 인용될 금액, 이로 인해 피고에게 생길 경제적인 파급효과 내지 (원고들의) 청구기간 중 피고의 재정과 경영상태 등을 고려하더라도, 통상임금소송에서 근로자 측이 승소하였을 때 발생할 근로의욕의 증대 내지 노사관계의 안정이라는 무형의 경제적 효과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소송의 향배에 따라 피고가 겪을 경영상 어려움이 중대할 정도에 이르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정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