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빌려준 돈 받았는데 '못 받았다'며 연대보증인들 상대 민사소송 내 승소…사기 유죄"
[형사] "빌려준 돈 받았는데 '못 받았다'며 연대보증인들 상대 민사소송 내 승소…사기 유죄"
  • 기사출고 2019.10.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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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경제사정 어려워지자 전에 받아 놓은 각서 이용"

울산지법 박성호 판사는 9월 20일 빌려준 돈을 받았는데도 이를 숨긴 채 채무자의 연대보증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은 A(여 · 64)씨에게 사기죄 유죄를 인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2019고단1251).

A씨는 1994년 12월경 B씨의 아버지에게 당좌수표를 포함하여 9000만원을 빌려주고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되자 1995년 6월 B씨의 아버지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울산구치소에 수용 중이던 B씨의 아버지를 찾아가 '고소취하 조건으로 울산 울주군에 있는 토지를 (나에게) 소유권 이전해주면 당좌수표 관련 고소 건의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약속증을 써줄 것을 약속한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면서 이 토지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 B씨 등 2명을 기재했다.

그러나 B씨의 아버지로부터 9000만원 중 7000만원을 변제받지 못한 A씨는 1999년 9월 B씨의 아버지 채무의 보증인인 C씨와 '(B씨의 아버지가) 나에게 변제할 7000만원에 대하여 C씨가 16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7000만원을 다 변제받은 것으로 간주하며 차후 민 ·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합의하고, 실제로 2003년 9월까지 C씨로부터 1600만원을 모두 변제받았다.

그런데 A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고 돈이 필요해지자, C씨로부터 1600만원을 변제받았던 사실을 숨기고 전에 B씨의 아버지로부터 받아두었던 각서에 B씨 등 2명이 토지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연대보증인으로 기재된 사실을 이용하여, 2011년 10월 7000만원의 채권이 유효하게 존재하고 B씨 등이 이 채권의 연대보증인인 것처럼 'B씨 등은 연대하여 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보증채무금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B씨 등에게 지급명령 송달이 되지 않자 한 달 후 같은 취지의 보증채무금 청구소송을 내 이에 속은 법원으로부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7000만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승소판결을 선고받아 2012년 7월 확정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판사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2003. 9. 8.경 C로부터 1600만원을 모두 변제받음으로써 주채무자인 B씨의 아버지에 대한 금전채권이 소멸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8년이 지난 2011. 10.경 전에 B씨의 아버지로부터 받아둔 각서에 기해 울산 울주군에 있는 토지의 소유권이전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인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보증채무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것으로서, 범행수법과 태양, 기망행위의 내용과 당시 정황 등에 비추어 죄질과 범정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고, "본건은 재판절차에서 법원을 기망하여 소송사기 범죄를 저지른 것일 뿐만 아니라, 본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 원금만으로도 7000만원에 달하여 피해 규모가 커서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본건 범행을 통해 법원에서 받은 승소판결에 기해 피해자 B 소유의 유체동산을 압류하고 예금채권에 대해 압류와 추심명령을 받는 등 강제집행을 실시하였으나, B가 2018. 11.경 피고인을 상대로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대응에 나섰고 재판 계속 중인 2019. 8. 19.경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정 금원을 지급하고, 판결정본에 기한 채권 지급이나 강제집행을 포기하고, 피해자들과 B씨의 아버지, C 등에 대하여 향후 이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기로 하고, 피해자는 본건 사기 사건에 대하여 고소를 취소하기로 하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된 점, 이에 따라 피고인은 본건에 대하여 피해자 B와 원만히 합의하여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