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야근하던 동료들과 저녁식사 후 복귀했다가 귀가 중 넘어져 버스에 치여 숨진 회사원…산재"
[노동] "야근하던 동료들과 저녁식사 후 복귀했다가 귀가 중 넘어져 버스에 치여 숨진 회사원…산재"
  • 기사출고 2019.10.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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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회사 업무와 인과관계 있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9월 19일 함께 야근하던 직장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다시 회사로 복귀해 보안장비를 가동한 후 귀가하다가 버스에 치여 숨진 회사원 강 모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9구합51093)에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A사의 환경사업본부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며 환경플랜트 분야 시공, 설계와 견적 업무를 담당하던 강씨는, 2017년 9월 20일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5시 30분쯤까지 사업본부장, 기술본부 과장과 함께 청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 출장을 다녀왔다. 강씨 등 3명은 회사에 복귀한 이후에도 오후 8시 30분쯤까지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채 출장과 관련하여 회의를 진행했고, 이에 사업본부장이 회의 도중 강씨와 기술본부 과장에게 저녁식사를 한 뒤 회의를 계속하자고 제안, 세 사람은 모두 짐을 사무실에 놔둔 채 다른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이때 사업본부장이 강씨나 기술본부 과장에게 저녁식사에 참여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다.

1, 2차에 걸쳐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 4병을 나누어 마신 강씨 등 3명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와 불을 끄고 보안장비를 가동시키는 등 퇴근 준비를 하고 다시 나왔다. 사업본부장이 먼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강씨는 기술본부 과장과 함께 택시를 잡으러 길을 걷던 중 '걷기 힘들다, 그만 걷자'라는 말을 하였고, 오후 11시 15분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마트 앞에서 도로 표지석에 앉다가 중심을 잃어 도로 쪽으로 넘어져 마침 신호를 기다리다가 출발하던 버스 뒷바퀴에 머리가 부딪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증 뇌손상으로 숨졌다. 이에 강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저녁식사를 제안한 사람은 회사의 임원 중 한 사람인 사업본부장이고, 1차 저녁식사도 사업본부장이 회사 법인카드를 이용하여 결제하였다"고 지적하고, "강씨와 사업본부장, 기술본부 과장은 모두 당초 저녁식사를 마친 뒤 복귀하여 일을 계속하려는 생각이었으므로 저녁식사와 회사의 업무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실제로 강씨와 사업본부장, 기술본부 과장은 사무실을 전혀 정리하지 않은 채 외출하였기 때문에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바로 퇴근하지 아니하고 사무실을 정리하기 위하여 다시 돌아오기까지 하였다"고 밝혔다. A사는 근로자들의 점심과 저녁비용을 전부 지원하는데, 결제방식은 주로 회사 명의로 된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 근로자 개인이 먼저 결제한 뒤, 회사에 같은 금액의 지급을 청구한다. 강씨 등이 한 저녁식사는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1차 저녁식사는 오후 9시 42분쯤 사업본부장이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였고, 2차 저녁식사는 오후 10시 55분쯤 기술본부 과장이 개인적으로 결제했으나, 회사에 청구하지는 않았다.

이어 "강씨는 회사를 나선 오후 8시 30분쯤부터 사고를 당한 오후 11시 15분쯤까지 사이에 길어도 3시간이 되지 못하는 동안에 사업본부장, 기술본부 과장과 소주 4병을 나누어 마셨고, 1차 저녁식사가 끝났을 때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강씨가 사업본부장이나 기술본부 과장 등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사정은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강씨와 사업본부장, 기술본부 과장은 모두 비슷한 양의 술을 나누어 마셨다"며 "이 저녁식사는 사업주의 관리 아래 이루어진 회식으로 보아야 하고, 강씨는 저녁식사에서 술을 마시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만취한 결과,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었으므로 강씨의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강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