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일제 'GRANDPRIX' 골프채 표장과 유사한 상표등록 무효"
[지재] "일제 'GRANDPRIX' 골프채 표장과 유사한 상표등록 무효"
  • 기사출고 2019.10.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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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법원] "특정인 상품 표시로 인식된 표장, 부정한 목적으로 상표등록"

한국의 골퍼들에게도 유명한 일제 골프채 그랑프리(GRANDPRIX)를 수입해 팔던 수입업체의 대표가 'GRANDPRIX' 표장과 유사하게 상표 'GRANDPRIX'를 등록했다가 특허법원에서 등록무효 판결을 받았다. 등록상표는 출원 당시에 국내외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선사용표장과 유사하고,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 ‧ 등록된 상표로 판단된다는 것이 판결 이유다. 등록상표와 선사용표장 'GRANDPRIX'는 글자체만 일부 다를 뿐 외관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특허법원 제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8월 30일 일본의 골프용품 회사인 '그랑프리 코., 엘티디.'가, 2015년 6월 상표 'GRANDPRIX'를 등록한 A씨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소송(2018허9077)에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던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고, "피고의 상표 등록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KCL이 원고 측을, 피고는 리앤목 특허법인이 대리했다.   

◇'GRANDPRIX' 표장이 들어간 일본 골프용품 회사 '그랑프리 코., 엘티디.'의 골프채들
◇'GRANDPRIX' 표장이 들어간 일본 골프용품 회사 '그랑프리 코., 엘티디.'의 골프채들

재판에선 선사용표장 즉, 원고의 'GRANDPRIX' 표장이 피고가 상표를 출원할 때 또는 등록결정 무렵 특정인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장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피고의  'GRANDPRIX' 상표 출원당시 시행되던 구 상표법 7조 1항 12호가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 사이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모방대상상표)가 국내에 등록되어 있지 않음을 기화로 제3자가 이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함으로써, 모방대상상표에 체화된 영업상 신용 등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모방대상상표의 가치에 손상을 주거나 모방대상상표 권리자의 국내 영업을 방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방대상상표의 권리자에게 손해를 끼치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먼저 선사용표장은 원고의 골프용품 등에 사용된 결과 피고의 등록상표의 출원일인 2011. 4. 5. 당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골프용품과 관련하여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가  'GRANDPRIX'라는 상호로 골프용품 등을 생산 ‧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원고의 대표자인 다나카 코지가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1997년부터로, 원고는 1999년경부터 피고의 등록상표 출원일인 2011. 4. 5. 사이에 일본 및 한국내에서 선사용표장 및 그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표장을 다수의 골프채, 골프채용 커버 등 골프용품과 관련하여 사용하거나 그 광고 등에 사용했다.

재판부는 또 "선사용상표가 사용된 원고의 제품은 1999년경부터 피고 등록상표의 출원일인 2011. 4. 5. 사이에 다수의 국내 신문 및 잡지 등에 각종 골프 제품의 소개, 판매 · 사용 실태와 인기 순위, 골프 대회의 개최, 후원 계약의 체결 등 다양한 내용으로 소개되었고, 다수의 국내 블로그 등에도 게시된 바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은 원고의 제품이 일본 및 국내에서 아마추어나 프로 대회에서 사용률이 높고 프로 골프 선수들이 사용하는 품질이 좋은 골프용품으로 알려져 있다는 취지"라며 "원고는 피고 등록상표의 출원 전에 선사용표장을 포함하는 표장 및 선사용표장의 앞글자를 딴 'GP'가 포함된 다수의 표장을 일본 및 국내에 상표등록출원하여 등록받았다"고 밝혔다. 원고는 그러나 'GRANDPRIX'라는 상표를 등록하지 않아 피고가 선등록한 결과가 되었고, 이번에 분쟁이 인 것이다.

재판부는 "등록상표 'GRANDPRIX'와 선사용표장 'GRANDPRIX'는 글자체만 일부 다를 뿐 외관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그 호칭 및 관념도 '그랑프리'로 동일하다"며 "따라서 피고 등록상표는 선사용표장과 동일 · 유사한 상품에 같이 사용되는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 · 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서로 동일 · 유사한 표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부정한 목적의 존재 여부.

재판부는 "원고는 2009. 10. 6. (한국의 원고 제품 수입 · 판매사인) 맥스그랑프리코리아와 계약기간을 2010. 1. 1.부터 2012. 12. 31.로 정한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상태였고, 위 판매계약 11조에는 '원고가 소유한 상표 및 디자인, 브랜드 등을 본 계약 중 맥스그랑프리코리아가 사용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피고는 2011. 3. 17. 맥스그랑프리코리아를 인수하고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2011. 4. 5.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였고, 이후 2011. 4. 26. 맥스그랑프리코리아 명의로 원고와 다시 판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며 "피고는 등록상표의 출원 전에 등록상표가 일본 및 국내에서 원고의 상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의 상품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선사용표장을 모방하여 선사용표장이 가지는 양질의 이미지나 고객흡입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거나 선사용표장의 가치를 희석하여 선사용상표권자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상표법 7조 1항 12호에 해당하고,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는 2003. 4. 10.부터 한국의 수입업자와 수입 및 판매계약을 체결해 한국에서 그랑프리 골프용품을 판매해 왔으며, 피고의 등록상표 출원일 이전까지 한국에 수출된 원고의 선사용표장이 표시된 골프용품은 약 10억 64,283,147엔, 한국돈 약 115억 71,631,372원에 이른다.

원고 측 변호사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김범희 변호사는 "외국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한국 사업자들이 계약 중 또는 계약 전후 이와 같이 상표를 선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