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앙골라 국적 루렌도씨 가족 난민인정심사 길 열려
[행정] 앙골라 국적 루렌도씨 가족 난민인정심사 길 열려
  • 기사출고 2019.10.0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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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난민인정제도 남용 아닌 한 심사 기회 줘야"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채 인천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서 9개월 넘게 재판을 받아온 앙골라 국적의 난민가족이 '정식 난민심사에 회부하여 달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

콩고 출신자라는 이유로 앙골라에서 박해와 차별을 받아왔던 루렌도 가족은 2018년 12월 28일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인천공항출입국 · 외국인청은 입국을 거부하고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했다. 루렌도 가족의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다'는 것으로,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루렌도씨 부부와 미성년의 자녀 네 명은 정식 난민심사도 받지 못하고 박해의 위험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갈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전해 들은 공익변호사단체 사단법인 두루가 루렌도 가족을 대리하여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상현, 이주언, 최초록 변호사 등 두루의 변호사들은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박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앙골라의 상황과 이러한 박해를 피해 급박하게 출국한 루렌도 가족의 사정을 설명하며, 루렌도 가족에게 정식 난민심사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에선 패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1행정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9월 27일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19누47119).

재판부는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은, 간소한 심사절차를 통해서도 난민법 시행령 5조 1항 각 호에서 정한 심사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게 드러나 신청자가 난민인정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내려져야 할 것이고, 위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다소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어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자를 난민법 8조에 의한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해 위 법이 허용하는 절차적 보호 하에 그 지위를 신중히 심사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난민법 시행령 5조 1항 각 호에서 정한 불회부결정 사유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해당 처분청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의 난민인정신청이 난민법 시행령 5조 1항 7호의 '난민인정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이 피고에 의하여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위 7호의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정도의 판단만으로 신청자들로부터 진정한 난민 지위의 존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난민법 6조의 규정 취지에 반하며, 따라서 원고들을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은 난민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심사받을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대한민국에서 난민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봉쇄되었고, 반면 원고들을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도록 결정하더라도 이는 '난민신청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며, 이후 구체적인 사실조사를 거쳐 원고들에 대해 난민불인정결정을 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이 난민법 시행령 5조 1항 7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난민인정심사 회부를 위해 원고들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12조에 따른 입국허가 또는 13조에 따른 조건부 입국허가를 하는 것이 국가의 안전 및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공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거나 행정청이 외국인의 입국에 관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정책재량을 본질적으로 침해 ·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고, 루렌도 가족의 입국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나 이번 판결은 장기간 공항에서 살아야 했던 루렌도 가족에게 입국과 정식 난민심사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