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근로계약에 '근무평정 좋으면'…정규직 전환 기대권 인정해야"
[노동] "근로계약에 '근무평정 좋으면'…정규직 전환 기대권 인정해야"
  • 기사출고 2019.09.22 10: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원지법] "공정성 결여된 심사로 계약갱신 거절…무효"

근로계약을 맺으며 일정한 등급 이상의 근무평정을 받으면 정규직 채용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면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근무평정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 또는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는 것이다.

창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최웅영 부장판사)는 7월 25일 한국전기연구원에서 초빙 · 전문직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해고된 A씨가 연구원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2017가합55926)에서 이같이 판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한국전기연구원은 A씨가 복직할 때까지 매월 5,694,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금강이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2014년 12월 한국전기연구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전기연구원의 RSS센터에서 초빙 · 전문직 연구원으로 2017월 11월까지 근무하기로 했는데, 당시 근로계약에는 "계약기간 동안의 평가등급 평균이 B등급 이상인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일반직(정규직) 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전기연구원 인사위원회는 2015년 10월 A씨를 비롯한 초빙 · 전문직원 6명의 일반직 전환 여부를 심의했으나 A씨는 일반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채 초빙 · 전문직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5명만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1년 뒤인 2016년 11월 인사위원회가 다시 계약만료일이 임박한 초빙 · 전문직원 9명과 일반직 전환 심의를 신청한 A씨의 일반직 전환 여부를 심의했다. 이중 6명이 일반직으로 전환되었으나 A씨는 초빙 · 전문직으로 유지하되 일반직 전환 여부를 계약만료일이 도래할 때 재심의하기로 의결됐다. 인사위원회는 A씨의 계약만료일을 한 달 앞둔 2017년 10월 A씨의 재계약 또는 일반직 전환 여부를 심의했으나, A씨에 대한 평가점수가 만점의 6할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A씨와 초빙 · 전문직 계약을 갱신하거나 A씨를 일반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만료일에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의결하고, 한 달 뒤인 11월 2차 심의를 열었으나 1차 심의와 마찬가지로 계약만료일에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한국전기연구원이 A씨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자 A씨가 "나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일반직으로 전환된다는 정당한 기대권 또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있는데, 절차적 · 실체적으로 하자가 있는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기초로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법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에서도 정규직 채용 여부 등에 관하여 '평가등급 평균이 B등급 이상인 경우 일반직(정규직) 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본인이 재계약하고자 하는 경우 평가결과 D등급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와 재계약하기에 부적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계약을 원칙으로 하며, 업무능력이 현저히 낮거나(D등급) 초빙 · 전문직원으로 재계약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고용계약을 종료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초빙 · 전문직원은 비록 기간을 정하여 임용되었다 하여도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에 의하여 일정한 등급 이상의 근무성적을 거두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되거나 초빙 · 전문직원으로 재계약되리라고 하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원고가 주장하는 일반직 전환 등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했다.

남은 판단은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 또는 일반직 전환 거절의 정당성 여부.

재판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원고에 대한 부서장 평가에서 하부조직 부서장인 센터장과 주요조직 부서장인 본부장이 부여한 점수의 차이가 매우 크고, 2017년 부서장 평가의 의견도 하부조직 부서장은 '일반직 전환'인 반면 주요조직 부서장은 '계약종료'로서 극단적으로 다른데, 이러한 점을 보면 원고에 대한 부서장 평가의 기준과 방법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인사위원회 위원은 '근무업적 평가, 미래발전가능성, 업무추진능력, 인성 및 소양'의 4개 항목에 관하여 평가하는데, 그 세부 항목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위원이 인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만을 검토하여 주관적으로 판단해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여 인사위원회 위원의 평가에는 평가자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크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심사 과정을 거쳐 원고의 평가점수가 만점의 6할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일반직 전환을 거절한 것은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초빙 · 전문직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일반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원고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피고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 또는 일반직 전환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