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중국 출장 중 지인과 술자리 후 사망…산재 아니야"
[노동] "중국 출장 중 지인과 술자리 후 사망…산재 아니야"
  • 기사출고 2019.09.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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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술자리, 업무수행 일환으로 볼 수 없어"

중국에 출장간 회사원이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발마사지 가게로 옮겨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숨진 채 발견되었다. 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8월 23일 중국 출장 중 숨진 A씨의 자녀들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7068)에서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를 업무수행의 일환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개발 · 생산하여 중국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는 업체에 2015년 1월 영업부장으로 입사한 A씨는, 중국 출장 중이던 2015년 8월 1일 오후 7시쯤부터 오후 9시쯤까지 중국교포인 B씨, B씨의 한족 지인과 셋이서 술을 마신 후 함께 근처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하여 잠들었다가 다음날 오전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A씨는 당시 상당히 취한 상태여서 발마사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A씨의 사인이 다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되므로,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술자리에서 B씨의 한족 지인과 알코올 도수 52도의 백주(중국술) 500㎖를 나누어 마셨으며, A씨가 약 250㎖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5년 2월 6일 중국내 지사로 인사발령을 받은 후, 같은해 8월 1일까지 6회에 걸쳐 약 1개월씩 장기간 중국 출장을 가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5년 3월경 중국 현지에서 숙소를 임차하여 사무실 겸용으로 사용하였다.

재판부는 "A씨는 중국 현지에서 제3자를 통해 중국교포인 B씨를 소개받아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A씨는 B씨 및 그의 한족 지인과 셋이서 술을 마셨는데, 이 한족 지인이 A씨와 업무상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술자리가 이루어진 시점이 토요일 저녁시간대였던 점, 술을 마신 후 일행이 다함께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술자리가 업무상 이유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술자리에서 A씨의 의사에 반하여 다량의 음주가 이루어지거나 강요되는 분위기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A씨의 사인이 부검을 통하여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나, A씨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치사량인 0.4%에 근접하는 약 0.369%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A씨의 사인은 다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로 추정할 수 있으나,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B씨와 가진 술자리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의 일환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따라서 술자리에서의 음주로 인하여 발생한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A씨의 업체가 A/S 등을 진행할 공장으로 사용할) 건물의 신축공사 진행상황 관리 · 감독과 내비게이션 영업 업무를 수행하여 업무량이 적지 아니하였고, 해외 출장으로 인한 근무환경 변화 등으로 인하여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더라도, 동종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에 비하여 A씨가 수행한 업무와 이로 인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또는 단기간 동안의 업무상 부담 증가에 해당하여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가 급성 알코올 중독 외의 다른 요인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로 사망하였다고 가정하여 보더라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장질환을 유발하여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