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포항영일만항 축조공사 담합' 관련, SK건설 등 배상책임 인정
[공정] '포항영일만항 축조공사 담합' 관련, SK건설 등 배상책임 인정
  • 기사출고 2019.09.15 11: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손배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은 차수별 계약 시점"

2014년 7월 완공된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의 담합과 관련, 국가가 SK건설 등 5개 건설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게 되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8월 29일 국가가 포항영일만항에 북방파제 1,025.64m를 건설하는 공사와 관련, 입찰 담합을 한 SK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5개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7다276679)에서 국가의 상고를 받아들여  국가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공사를 낙찰받은 SK건설 공동수급체와 1차 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했으나, 대법원은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입찰 담합으로 입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법무공단 vs 광장 · 율촌 · 세종 · 서정 · 김앤장

정부법무공단이 국가를 대리한 가운데, 피고 건설사들은 주요 로펌들이 각각 당사자를 나눠 SK건설은 법무법인 광장, 대림산업은 법무법인 율촌, 포스코건설은 법무법인 세종, 현대건설은 법무법인 서정, HDC현대산업개발은 김앤장이 각각 대리했다.

SK건설 등 5개사는 2009년 12월 포항영일만항의 북방파제 1,025.64m 구간을 축조하는 공사에 입찰하면서 설계로만 경쟁을 하고 투찰가격은 투찰률이 추정가격의 90%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추첨을 통하여 투찰가격을 결정하기로 합의, 이러한 합의에 따라 투찰한 결과, 종합점수가 가장 높은 SK건설 공동수급체가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SK건설 공동수급체는 2010년 3월 정부와 포항영일만항 외곽시설 축조공사에 관하여 계약금액 9,266,000,000원, 준공일 2010. 8. 20.(총준공기한 2012. 11. 7)로 하여 도급계약(1차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총공사금액 192,429,000,000원, 총공사준공일 960일이 부기되어 있고, 이후 2010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각 차수별로 2 내지 4차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SK건설에 공사대금 179,253,972,150원을 지급하였고, SK건설은 2014년 7월경 공사를 완성했다. 한편 정부는 SK건설을 제외한 대림산업 등 탈락한 4개사에 설계보상비 38억 9100여만원을 2차례로 나누어 지급했다.

그러나 피고들의 담합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12월 피고들에게 시정명령과 모두 2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정부는 피고들을 상대로 담합이 없었다면 형성되었을 경쟁가격과 낙찰가격의 차액에 해당하는 손해 중 일부청구로 100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또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공사입찰유의서 등의 반환약정에 따라 SK건설을 제외한 대림산업 등 4개사는 지급받은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공정한 경쟁에 기하지 않은 입찰가격에 의해서 공사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원고 주장의 경쟁가격과 낙찰가격의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권은 피고 SK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된 후 원고와 사이에 1차분 공사계약을 체결한 2010. 3. 24.부터 국가재정법 96조 1항에 의한 소멸시효가 진행된다 할 것이고, 원고가 그로부터 5년이 경과된 후인 2015. 11. 1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부분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두 국가재정법상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며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가재정법 96조 1항은 "금전의 급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 권리로서 시효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규정이 없는 것은 5년 동안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에 대해서도, "공동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입찰이 무효가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장기계속공사계약은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에 관하여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개개의 사업연도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선 1차년도의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을 부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 체결 당시 부기된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에 관한 합의를 통상 '총괄계약'이라 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총괄계약은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계약상대방이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할 지위에 있다는 점과 계약의 전체 규모는 총괄계약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관한 합의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와 SK건설 공동수급체가 맺은) 1차 계약 체결 당시 그 계약서에 총공사준공일과 총공사금액을 부기함으로써 총괄계약도 함께 체결되었다고는 볼 수 있으나, 그러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차수별 계약을 통하여 비로소 구체적으로 확정된다"며 "결국 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 SK건설에게 지급할 총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각 차수별 계약을 통해 원고가 피고 SK건설에게 지급할 각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는지를 추가로 심리한 후 차수별 계약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아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각각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설계보상비 반환 청구에 대해서도, "특별유의서는 입찰에 참가하였다가 낙찰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설계비의 보상이 배제되는 경우로 '입찰이 무효에 해당하는 경우'와 '입찰의 무효에 해당하는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경우'를 구별하여 각각 규정하면서, 입찰의 무효사실이 발견되기 이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현금으로 즉시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설계비 보상이 배제되는 두 가지 사유를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서 설계비 반환 규정의 문언에 주목하면, 입찰 무효의 근거가 될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는 등 입찰 무효에 해당하는 사유가 존재하는 이상 비록 다른 사정 등에 의하여 입찰이 무효로 되지 않았더라도 이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에 설계비를 보상받은 자는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피고 대림산업 등에 대하여 입찰 무효사유에 해당하는 공동행위가 사후에 밝혀진 이상 입찰의 무효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는 특별유의서에 근거하여 피고 대림산업 등을 상대로 각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