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준강간 고소 불기소처분 됐어도 고소인에 CCTV 열람 허가해야"
[행정] "준강간 고소 불기소처분 됐어도 고소인에 CCTV 열람 허가해야"
  • 기사출고 2019.09.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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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공개에 의한 권리구제 이익 더 커"

성범죄 고소 사건에서 피고소인에게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더라도 고소인에게 불기소처분의 근거가 된, 범행 직전의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의 열람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안종화 부장판사)는 8월 16일 준강간 혐의로 B씨를 고소한 A씨가 준강간 범행 직전의 상황이 담긴 CCTV 영상과 출력 사진의 열람 · 등사를 허가하라며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57162)에서 "열람 · 등사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B씨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준강간 범행 직전의 상황이 촬영되어 있는 CCTV 영상과 출력 사진 등을 근거로 2018년 2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A씨가 이에 불복해 항고와 재정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됐다. CCTV 영상에는 A씨와 B씨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인사동네거리 인근에서 나란히 걷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 B씨를 비롯한 A씨 일행의 회식장면 등이 촬영되어 있다.

A씨는 대리인인 법무법인을 통해 CCTV 영상과 출력 사진의 열람 · 등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청구했으나,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 1항 2호에 규정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 1항 2호는 "검사는 20조의2에 따른 불기소사건 기록 등의 열람 · 등사 신청에 대하여 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 · 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록의 열람 · 등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1두16735 등)을 인용, "검찰보존사무규칙이 검찰청법 11조에 기하여 제정된 법무부령이기는 하지만, 그중 불기소사건기록의 열람 · 등사의 제한을 정하고 있는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는 법률상의 위임근거가 없는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에 불과하므로,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에 의한 열람 · 등사의 제한을 정보공개법 4조 1항의 '정보의 공개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또는 같은법 9조 1항 1호의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국회규칙 · 대법원규칙  · 헌법재판소규칙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  · 대통령령 및 조례에 한한다)에 의하여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검찰보존사무규칙 22조 1항 2호를 근거로 (원고가 열람 · 등사를 청구한) 정보에 대하여 열람  · 등사를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열람 · 등사를 청구한 CCTV) 영상과 사진에 나오는 얼굴은 개인에 관한 사항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함께 촬영된 사람들의 얼굴을 공개할 경우 이들이 촬영된 사진 또는 작성된 초상이 함부로 공표 · 복제되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얼굴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가 정한 '당해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이름 ·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해당하나, 화질의 한계로 인하여 영상과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대부분 식별되지 않거나 일부만 보일 뿐이어서, 이러한 얼굴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초상에 관한 권리 침해의 정도는 크지 않아 보이는 점, 영상과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식당 내부 또는 번화가이며, 심야나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사람과 차량이 오고가는 것에 비추어 다중에 널리 개방된 공간으로 볼 수 있는 점, 영상과 사진에는 원고, B씨를 비롯한 원고의 일행들이 회식장소와 거리에서 일어나 걷는 장면만이 포착되어 있는 이상 행위태양이 사생활 중 내밀한 영역과 관련되어 있지 않으며, 원고가 해당 장면을 악용할 소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영상과 사진에 대하여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는 원고가 열람 등사를 강하게 원하고 있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다소나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영상과 사진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준강간 범행 직전의 상황이 촬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불기소처분의 주요 논거가 되었으므로 원고의 권리구제의 측면에서 볼 때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이는 해당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이 기각되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등을 종합하면, 영상과 사진은 비공개로 인하여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등의 이익보다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원고 개인의 권리 구제 이익이 더 크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가 열람 · 등사를 청구한 CCTV) 영상과 사진은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의 비공개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피고가 영상과 사진의 공개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