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형사사건 변호사 보수 절반 '판결 선고시'에 주기로 했으면 무효"
[민사] "형사사건 변호사 보수 절반 '판결 선고시'에 주기로 했으면 무효"
  • 기사출고 2019.09.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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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판례가 금지하는 성공보수 해당"

변호사가 의뢰인과 형사사건 위임계약을 맺으며 '판결 선고시'에 변호사 보수의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이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주현 부장판사)는 7월 26일 A변호사가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변호사 보수의 잔금 1969만원을 지급하라"며 의뢰인인 B씨와 B씨가 대표로 있는 C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36846)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변호사는 2016년 11월 B씨, C사와 형사사건에 관하여 사건위임계약을 체결한 뒤 B씨 등의 1심 변호를 맡았는데, 당시 위임계약에서는 기본보수를 358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하되, 이 가운데 절반인 179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1969만원)은 '계약금'으로 계약 체결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 179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1969만원)은 '잔금'으로 위임사무 종료시(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사건 수임과 수임 사무에 관한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호 협의하에 잔금 액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B씨와 C사는 2016년 3월 시장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토지의 형질을 변경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이 형사사건의 1심 판결 후 B씨 등이 변호사 보수 잔금을 지급하지 않자, A변호사가 잔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B씨는 2017년 9월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C사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됐다.

B씨와 C사는 "잔금 지급 약정은 대법원 판례에서 금지하는 성공보수약정을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청구 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 등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 ·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대법원이 이 판결을 통하여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와 피고들이 맺은) 위임계약의 잔금 지급 약정은 위임사무의 처리결과에 따라 특별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성공보수약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비록 위임계약에서 '본건 위임사건의 결과에 관계없이 성과(성공)보수는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규정을 삽입하였다 하더라도 변호사 보수 중 잔금은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액수도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호 협의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형사소송의 결과에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는 판결 선고 이전까지는 변호인으로서 위임사무를 계속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공판횟수와 그에 따른 업무량이 예상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변호사 보수의 잔금을 당해 심급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기로 하고, 액수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고 주장하나, 그와 같은 취지라면 잔금 지급일을 수임사건의 변론종결일이나 판결 선고 직전일로 규정해도 무방하고, 원고가 진정으로 확정적인 잔금을 받기로 한 것이라면 오히려 판결 선고 이전을 이행기로 정하는 것이 실제 보수를 지급받는 데 훨씬 유리할 뿐 아니라, 공판횟수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 등은 위임계약에서 별도로 정한 비용부담 규정을 근거로 청구하고, 잔금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어서, 변호사 보수 중 절반에 이르는 돈을 판결 선고시에 지급하도록 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고와 피고들이 맺은) 위임계약의 잔금 지급 약정은 실질적으로 성격이 성공보수약정이라 할 것이어서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잔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