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서울대 시설관리직,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해야"
[노동] "서울대 시설관리직, 별도 교섭단위로 분리해야"
  • 기사출고 2019.09.0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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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일반직원들과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

청소 · 경비직 등 서울대의 시설관리직 근로자들은 행정업무 등을 보는 일반직원들과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어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1년 12월 법인으로 전환된 서울대는 상시 근로자 약 71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중 584명이 시설관리직 근로자들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홍순욱 부장판사)는 8월 22일 서울대가 시설관리직의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결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73805)에서 서울대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대 시설관리 근로자 약 45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서울일반노조가 피고보조참가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서울대를, 서울일반노조는 법무법인 여는이 대리했다.

서울일반노조는 2018년 4월 서울대의 교섭단위에서 시설관리직종을 분리해야 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신청, 서울지노위가 '서울대의 시설관리직과 그밖의 직종 간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고 고용형태에서도 차이가 존재하는 등 시설관리직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를 인용했고, 이에 서울대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2001년 1월 서울지역의 모든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설립된 지역단위 산별 노조인 서울일반노조는 조합원 수가 약 3000명으로, 산하에 서울대지부가 2011년 11월 설립되어 서울대 시설관리 근로자 약 45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29조의2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도록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하고, 29조의3 1항에서 "29조의2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조 2항에서 "1항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법인직원과 자체직원, 시설관리직원으로 직원들이 구성되어 있으며, 법인직원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되기 전에 공무원이었던 근로자와 기성회 예산으로 채용되었던 근로자, 법인 전환 후 법인에 채용된 근로자를 말하고, 자체직원은 각 단과대학, 부속시설, 연구시설, 부설학교 등 원고 소속 기관에서 자체 예산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이다. 서울대는 재판에서 "시설관리직은 자체직원 교섭단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법인직원, 자체직원은 시설관리직원과 임금수준, 복지혜택 등 근로조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시설관리직원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은 학교의 행정 · 사무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 반하여 시설관리직원은 청소, 경비, 기계, 전기, 영선, 소방, 통신 등 시설관리 현장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법인직원과 자체직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으나, 시설관리직원의 경우 업무 특성으로 인하여 청소직은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근무하고 경비 · 기계 · 전기직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으며, 임금체계도 법인직원의 경우 법인직원 보수규정에 따라 1~3급은 연봉제, 4~8급은 호봉제의 적용을 받고, 자체직원은 소속기관별로 상이하나, 시설관리직은 연봉제로 통일되어 있다고 밝혔다. 1인당 연평균급여는 법인직원이 55,811,672원, 자체직원이 29,637,224원이고, 시설관리직원은 청소직이 22,032,840원, 경비 · 기계 · 전기직이 26,000,000원으로, 시설관리직원의 급여가 법인직원이나 자체직원에 비하여 현저히 낮다.

재판부는 "각종 수당, 성과 상여금, 맞춤형 복지제도, 기타 복리후생제도에 있어서도 법인직원의 경우 정근수당,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수당, 육아휴직수당, 정액급식비 등 지급 항목이 다양하고 그 지급 기준도 명확하고, 자체직원의 경우 기관별로 상이하나, 시설관리직원의 경우 일률적으로 위와 같은 복지혜택을 적용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법인직원, 자체직원은 시설관리직원과 그 고용형태 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설관리직원은 자체직원처럼 소속기관별로 상이한 근로조건과 고용형태가 적용되지 않고, 시설관리직원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시설관리직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으며 통일된 근로조건과 고용형태가 적용되는 등 원고에 직접 고용된 이후에도 법인직원, 자체직원과는 별도의 범주로 관리 · 운용되어 온 점 등을 더하여보면, 분리교섭의 필요성이 있음은 인정할 수 있다"며 "현재 자체직원은 소속된 각 기관별로 근로조건이 상이하여 먼저 자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부터 통일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고 이를 위한 단체교섭이 진행되고 있는데, 시설관리직원의 경우 이미 통일된 취업규칙이 적용되고 있고 그 개선방안을 논의하여야 하는 상황으로, 단체교섭에서 논의되어야 할 쟁점의 차이가 커 교섭창구 단일화의 필요성은 적은 반면 시설관리직원 교섭단위를 분리함으로써 단체교섭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럼에도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할 경우 자체직원과 시설관리직원 사이에 단체교섭의 대상과 우선순위 등을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달리하여 노조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불필요한 교섭의 장기화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원고의 교섭단위에서 시설관리직원을 분리한 중노위의 재심결정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