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이상 무엇을 더 해볼 여지도 없이 정확하고 디테일했다."
8월 29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알파로 경진대회'에 AI와 짝을 이뤄 참가해 우승을 차지한 법무법인 지평의 김형우 변호사는 서슴지 않고 공을 AI에게 돌렸다. 그는 "AI의 계약서 분석 속도는 6초 정도가 걸렸으며, 1문은 AI가 분석한대로 답안을 작성했다. 남은 시간 동안 AI가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2문 주관식 답안을 작성했다"고 소개하고, "AI를 이용하면 변호사의 업무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데이터에 기반한 AI의 분석능력에 변호사의 노하우와 경험이 결합된다면 변호사의 자문능력이 엄청나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오늘 대회에 사용된 계약서 분석 알고리즘을 이용해 변호사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라 하더라도 AI의 도움을 받아 의뢰인에게 깊이 있고 정확한 자문을 빠르게 할 수 있게 되리라고 본다"며 "앞으로 AI가 변호사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인공지능(AI)과 변호사의 법률자문 대결이 AI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근로계약서 3종을 검토해 자문결과를 답안에 기재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김 변호사 팀은 만점 150점 중 120점을 받아 4위를 차지한 변호사 팀(61점)과 두 배가량 차이 나는 점수로 우승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AI와 함께 참가한 김한규 변호사 팀이 118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으며, 3위는 변호사가 아닌 신아영씨가 AI 운용자로 나선 신아영씨 팀(107점)이 주인공이다. 대회에 참석한 12팀 가운데 AI의 조력을 받은 3개팀이 1~3등을 휩쓴 가운데, 나머지 9개팀은 변호사 2명씩 팀을 이루어 대회에 참가했으나 AI팀에게 역부족이었던 셈.
1문은 계약서를 검토해 위험, 오류를 확인해 지적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정량평가로, 2문은 계약서에 보완되어야 할 요소와 종합 자문의견을 제시하는 정성평가로 진행됐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명숙 변호사는 "변호사팀은 시간 부족에 시달린 듯하며, AI의 속도가 인간을 압도했다.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변호사가 검토할 수 있는 문제였으나 5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근로계약서 3개를 종합자문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대회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AI는 10초 내에 1차적 자문결과를 도출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법률영역에도 AI의 시대가 다가왔으며, 이는 AI가 강점인 속도와 정확성을 바탕으로 변호사의 충실한 법률비서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사법정책연구원이 주최하고 인텔리콘 메타연구소가 주관했다. AI팀의 변호사와 일반인은 모두 인텔리콘 메타연구소에서 개발한 법률추론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계약서 분석기인 CIA(Contract Intelligent Analyzer)와 팀을 이루어 참가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