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아파트 하자조사 게을리해 위임계약 해지됐어도 변호사가 지출한 소송비용, 하자진단비는 돌려줘야"
[민사] "아파트 하자조사 게을리해 위임계약 해지됐어도 변호사가 지출한 소송비용, 하자진단비는 돌려줘야"
  • 기사출고 2019.08.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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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임사무 처리 위한 필요비 해당"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임계약을 체결한 변호사가 하자조사를 게을리해 위임계약이 해지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변호사가 지출한 인지대 등 소송비용과 하자진단비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변호사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월 14일 이 모 변호사가 인지대 등 소송비용과 성공보수금 등을 지급하라며 전남 여수시에 있는 G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6다200538)에서 이같이 판시, 이 변호사가 지출한 소송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은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 변호사는 경쟁입찰을 통해 G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아파트 분양사 등을 상대로 추진하는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정되어 2012년 4월 소송 수행을 위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 위임계약에서는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인지대, 송달료, 법원 검증과 감정료, 보증공탁금, 집행비용과 기타비용 등 소송관련 비용 일체를 원고가 대납하되, 원고가 대납한 소송비용 등은 성공보수에 포함되지 않은 금원으로서 승소금에서 우선 환수한다"라고 정했다. 또 "하자진단조사업체에서 실시하는 하자진단은 세대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하자진단비용은 3000만원(부가세 별도)으로 하며, 이 변호사가 선지급하고 승소금액에서 정산한다"라고 규정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임의로 계약을 해지하면 승소한 것으로 보고, 이 변호사에게 보수 전액과 대납한 소송관련 비용 전액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후 이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에 시공사와 대한주택보증공사 등을 상대로 아파트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수행해 왔으나, 입주자대표회의가 2013년 5월 부실한 하자조사와 이 변호사의 업무태만 등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하자, 이 변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위임계약을 해지했으므로 대납한 소송 관련 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용 3300만원, 성공보수금 1억 6000여만원, 입주자대표회의가 빌려간 차용금 1억원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 변호사는 이에 앞서 인지대 45만 9000원, 송달료 18만 3600원, 교통비, 도서인쇄비 등 기타비용 2,200,020원 합계 등 280여만원을 지출하고, 입주민 1084세대 중 847세대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는 절차를 진행했다. 또 하자진단조사업체에 하자진단비로 3300만원을 지급했고, 이후 이 하자진단조사업체에서 아파트 전체 1084세대 중 668세대에 대한 하자조사를 실시한 다음 하자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는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하자조사를 게을리하였고 이를 이유로 피고가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변호사에게 빌린 차용금 1억원 외에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자 이 변호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고와 피고가 맺은) 위임계약의 규정들은 하자진단비용 등 소송비용의 부담주체가 피고임을 전제로 하여 원고가 우선 부담을 하고 소송 종료 후 승소금에서 이를 비용으로 공제하여 상호 정산하기로 한 취지로서 승소를 조건으로 한 정산약정이 아니라 피고에게 소송비용 상환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비용 상환의 시기와 방법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위임계약이 비록 수임인인 원고의 귀책사유로 위임사무 처리 도중에 해지되어 종료되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선행소송의 수행을 위해 입주민 847세대(전체 세대의 약 78%)로부터 손해배상채권을 양도받았고, 세대하자전수조사를 실시한 세대가 668세대(전체 세대의 약 61.6%)에 이르는 등 위임사무 처리를 위하여 기울인 노력이 상당하며, 이와 같이 처리된 사무가 피고에게도 상당한 이익인 것으로 보이므로, 소송비용 합계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은 원고가 위임계약 종료 당시까지 이행한 사무처리를 위하여 필요한 상당한 비용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변호사에게 차용금 1억원과 함께 소송비용 280여만원과 하자진단비 3300만원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민법 688조 1항은 "수임인이 위임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위임인에 대하여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다만 "원고는 아파트에 관한 세대전수하자조사를 게을리 하였고, 이를 이유로 피고가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