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접속경로 변경' 페이스북에 과징금 부과 위법
[행정] '접속경로 변경' 페이스북에 과징금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19.08.2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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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전기통신서비스 '이용 제한' 아니야"
현행법 해석상 제재 무리

2016년 말, 2017년 초에 있었던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와 관련, 법원이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병목현상 등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것은 인정되나 과징금 부과대상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현행법의 해석상 제재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 이유인 만큼 관련 법과 제도의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하여 접속경로를 변경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가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입법을 통하여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하기에 앞서, 전기통신사업법 관련 조항의 문언적 · 체계적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포섭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재판에서 "접속경로를 변경한 것은 2016년 1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이 개정됨에 따라 KT가 과다한 접속료를 요구하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8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2018구합64528)에서 "시정명령과 3억 9600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앤장이 페이스북을, 방통위는 법무법인 광장이 대리했다. 방통위는 이날 판결이 선고된 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페이스북이 2016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일부 접속경로를 국내에서 홍콩 · 미국 등으로 변경, 페이스북 트래픽 중 일부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방통위가 사실조사를 거쳐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함께 3억 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페이스북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그러나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먼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지연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할 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1항에서 정한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 ·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를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는 전기통신서비스 제공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CP(콘텐츠 제공사업자)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접속이 지연되거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까지 '이용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하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1항의 위반 여부가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의 전송용량과 다른 CP들의 트래픽 양 등 외부의 여러 요소에 의해 좌우되어 수범자의 법 집행 여부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원고는 이용자들의 이용 시기나 방법, 범위에 한도나 한계를 정하여 이용을 못하게 막은 적이 전혀 없고,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이용 자체가 가능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이용을 못하게 막은 것에 준하는 정도로 이용자들이 이용을 못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인터넷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 ·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으며, 인터넷의 이러한 기능은 정보를 제공하는 CP가 있음으로써 더욱 고양될 수 있어 만약 CP에 대하여 서비스 품질과 관련하여 법적 규제의 폭을 넓혀간다면 CP의 정보제공행위 역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CP의 법적 책임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이상,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전제하고, "설령 원고가 국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접속 관련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IP 트랜짓 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기 위하여 접속경로를 변경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여 이에 대한 제재의 필요가 절실하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입법을 통하여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하기에 앞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42조 1항의 문언적 · 체계적 해석의 범위를 벗어나면서까지 이 조항의 포섭범위를 확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 전기통신사업법 50조 1항 5호는 전기통신사업자가 공정한 경쟁 또는 이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금지행위 중 하나로 '이용약관과 다르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인터넷망 등 전기통신서비스의 특성, CP와 ISP의 관계, 이용자들이 입은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객관적 · 실증적 근거에 의하여 구체적 ·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며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터넷 응답속도의 저하, 인터넷망의 불안정성 증가, 병목현상 등이 발생하여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였음은 인정되나, 나아가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인터넷망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트래픽이 사전 예고 없이 다양한 경로로 전송되기 때문에 그 품질에 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 ·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관리 ·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CP가 ISP로 직접 전송되는 트래픽 양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그 이후의 ISP와 다른 ISP 사이, 최종 ISP와 이용자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인터넷망의 트래픽 양이나 응답속도 등을 관리 · 통제할 수는 없으므로, CP인 원고로서는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서비스 품질이 '어느 정도까지' 저하될 것인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 ISP가 이용자들에 대하여 최저속도 보장 약관을 두는 경우는 흔하지만 CP가 이용자들에 대하여 최저속도 보장 약관을 두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CP가 접속경로를 변경하여 접속경로별 트래픽 양을 조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현행 법령상 CP는 네트워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야 할 의무 또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 시 미리 특정 ISP와 협의를 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는 약관에 '원고는 Facebook이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기능할 것이라고 보장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되거나 법령에 규정된 객관적인 수치를 비교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그 내용 역시 패킷 손실률, 패킷 지연시간, 지터 값, 비트 에러율(Bit Error Rate, 어떤 수신 지점에서의 오차 비트수를 그 지점으로 전송된 총 전송 비트수로 나눈 비율), 네트워크 처리율 등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이어야 할 것이나, 피고는 '접속경로 변경 전'의 응답속도나 응답속도 변동 평균값, 민원건수, 트래픽 양 등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이러한 기준은 상대적, 주관적, 가변적이어서, 원고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이용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비교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의 경우 일평균 응답속도는 약 75ms이고, 최번시 평균 응답속도는 105ms 내지 130ms이므로, Cisco사의 권장기준 등 여러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