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선박 충돌로 연안어선에 승선한 잠수부 사망…운항 잘못 어선 소유자 배상책임 60%"
[해상] "선박 충돌로 연안어선에 승선한 잠수부 사망…운항 잘못 어선 소유자 배상책임 60%"
  • 기사출고 2019.08.23 07: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고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아닌 상법 적용"

연안어선이 바지선과 충돌해 해산물 채취를 위해 연안어선에 승선했던 잠수부와 어선 소유자가 함께 사망한 사고와 관련, 어선의 소유자가 손해의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잠수부는 선박의 공동운행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선박 충돌 사고에 대해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아닌 상법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유헌종 부장판사)는 8월 21일 연안어선에 승선했다가 선박 충돌 사고로 숨진 잠수부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 사고로 함께 숨진 연안어선 소유자의 자녀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6030)에서 피고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2억 8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8t 연안복합어선의 소유자 겸 선장인 김씨는 2018년 2월 23일 오후 5시 2분 여수시 신월동에 있는 선착장에서 잠수부 임씨를 승선시킨 후 출항했다가 같은날 오후 5시 15분 선착장에서 약 650m 떨어진 곳에 방치된 바지선을 발견하지 못하여 연안어선의 선수부로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선실 내부에 있던 임씨가 두개골 함몰골절, 다발성 안면골절 등을 입고 뇌출혈로 숨졌고, 김씨도 좌측 흉부골절 등을 입고 사망했다. 이에 임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김씨의 단독상속인인 자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고는 연안어선을 운항하던 김씨가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과 바지선을 방치해 둔 바지선 소유자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으로, 연안어선의 소유자인 김씨는 상법 879조 2항에 따라 원고들에게 임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며 "김씨의 단독상속인인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상법 879조 1항은 "선박의 충돌이 쌍방의 선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때에는 쌍방의 과실의 경중에 따라 각 선박소유자가 손해배상의 책임을 분담한다. 이 경우 그 과실의 경중을 판정할 수 없는 때에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균분하여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2항은 "1항의 경우에 제3자의 사상에 대한 손해배상은 쌍방의 선박소유자가 연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김씨와 임씨는 연안어선을 이용하여 해산물 채취를 동업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므로, 임씨는 김씨와 연안어선의 공동운행자로 보인다"며 "공동운행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3조에서 정하는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 않아 그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더해 보면, 임씨의 사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김씨는 (사고가 난) 연안어선의 소유자 겸 선장으로 사고 3개월 전부터 임씨를 승선시켜 해산물 채취를 하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따르면 김씨는 임씨와 동업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내부관계에서 연안어선의 운항을 전담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임씨가 사고 당시 김씨에게 연안어선 운항에 관하여 지시하는 등으로 이에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지적하고, "임씨는 상법 879조 2항에서 정한 '제3자'에 해당하므로 사고로 인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고 주장과 같은 법리를 따른다 하더라도, 이 사고는 자동차가 아닌 선박의 충돌로 인한 사고이므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적용된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갑과 을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사업에 사용하고자 '공동 투자하여 구입한 트럭'을 그 사업 수행의 목적으로 을이 운전하고 갑이 이에 동승하여 가다가 을의 과실로 갑이 사망한 경우 갑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3조에 규정된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 92다930 판결 참조)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김씨가 연안어선의 단독소유자인 이상 임씨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3조에서 규정한 '다른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임씨는 김씨가 운항하던 연안어선을 이용하여 해산물 채취를 한 뒤 그 수입을 김씨와 나누었으므로 연안어선의 운항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임씨는 사고 시각 무렵 일몰이 가까운 상황에서 소형선박인 연안어선을 운항하던 김씨에게 전방을 주시하고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등으로 안전 운항을 촉구하여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으며, 사고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 장비를 갖추는 등으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