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험 종료 후 답안 파일 USB에 저장했어도 부정행위 아니야"
[행정] "시험 종료 후 답안 파일 USB에 저장했어도 부정행위 아니야"
  • 기사출고 2019.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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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파일 저장시간은 시험시간에 미포함"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여 그 파일을 USB(이동식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그 출력물과 USB를 함께 제출하는 시험에서 USB 저장시간이 시험 종료 2분, 4분 후로 밝혀졌다. 부정행위에 해당할까.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최근 교육전문직원 임용 전형에서 불합격한 고교 국어 교사 김 모씨가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며 대구광역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4817)에서 "시험 종료 후에 답안 파일을 저장한 행위는 시험 종료 후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1심과 마찬가지로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구에 있는 고등학교의 국어 교사인 김씨는 2017년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실시한 국어과 중등 교육전문직원(장학사 · 교육연구사) 임용 전형에 응시했다가 불합격하자, "합격처분을 받은 A씨 등 같은 국어과 응시자 2명이 시험 시간이 종료한 이후에 USB에 저장된 파일을 최종 수정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두 사람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을 작성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두 사람의 시험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한 김씨가 항소했다.

2017년 6월 30일 실시된 '기획안 작성과 정보 활용 능력 평가'시험은 응시자들이 컴퓨터의 문서작성용 프로그램으로 답안을 작성하여 그 파일을 USB에 저장하고, 공용 프린터 1대가 설치된 지정 컴퓨터에 USB를 연결하여 답안을 출력한 다음 감독관에게 USB와 출력 문서를 함께 제출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물론 시험 종료 후엔 답안을 작성하면 안 되기 때문에 USB 저장시간이 시험 종료 후로 밝혀진 경우 답안도 시험종료 이후에 작성한 것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다. 이 시험엔 모두 35명이 응시했으며,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국어과의 응시자 2명을 비롯하여 총 13명(그중 12명이 원고가 속한 제1고사장의 응시자들임)의 응시자가 시험이 종료(17:20)한 이후의 시간에 답안 파일을 USB에 저장한 것으로 밝혀졌고, 가장 늦은 응시자의 저장시간은 17:29이었다. 김씨가 문제를 제기한 A씨 등 2명의 USB 마지막 저장시간은 17:24, 17:22이었다. 대구시교육청은 이와 관련, "USB의 불량이나 전자적 오류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응시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어 전형 당시 공개전형 관리위원회가 '시험 종료 후 답안의 작성은 불가능하나, 답안 파일을 출력하기에 앞서 USB에 제대로 저장되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는 시험관리 원칙을 정하고, 이를 응시자들에게 안내하였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시험주관자는 시험과제의 내용이나 시험장의 여건 등을 고려하여 답안 파일의 내용과 무관한 파일 저장시간이나 제출과 출력시간을 시험시간에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고, 피고가 답안 파일의 저장시간이나 출력과 제출시간을 시험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 시험 실시기관으로서 시험의 시행에 관하여 가지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이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기획안 작성과 정보 활용 능력 평가시험을 시행하면서 답안 파일의 저장시간이나 출력과 제출시간은 시험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응시자들에게 알린 후 그에 따라 시험을 실시하였다고 인정되므로, A씨 등 다른 응시자 2명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 파일을 저장한 행위는 공무원임용시험령 51조 2항 2호가 정한 '시험 종료 후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답안 파일의 저장시간이 시험시간에 포함되어 응시자들이 시험 시간 내에 답안 파일의 작성과 저장을 모두 완성하여야 한다고 보는 경우에도, 다른 응시자 2명 등의 답안 파일이 시험 종료 시간 후에 최종 저장된 것은, 그들이 시험 종료 전에 답안 파일의 작성과 저장작업을 이미 완료하였으나 시험 종료 후 피고가 파일의 저장상태 확인을 위하여 응시자들에게 추가 저장작업의 기회를 부여함에 따라 파일의 저장상태 확인 과정에 추가 저장작업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같이 답안 파일의 최종 저장시각이 시험 종료 후라는 사정만으로 A씨 등 다른 응시자 2명 등이 시험 종료 후에 답안 파일 작성에 따른 최초 저장작업을 실시함으로써 공무원임용시험령 51조 2항 2호가 정한 '시험 종료 후 답안을 작성하는 행위' 또는 4호가 정한 '그 밖에 시험의 공정한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시험실시기관의 장이 시험의 정지 또는 무효 처리기준으로 정하여 공고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 등 다른 응시자 2명이 시험에 응시하는 과정에 어떠한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대구시교육청의 A씨에 대한 합격처분과 김씨에 대한 불합격처분은 모두 적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