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보험계약 이전 교통사고로 질병 악화돼 사망…보험금 못 받아"
[보험] "보험계약 이전 교통사고로 질병 악화돼 사망…보험금 못 받아"
  • 기사출고 2019.08.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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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감정결과 존중해야"

피보험자가 척수공동증으로 사망했으나 감정결과 보험계약 이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 보험금을 못 받게 되었다.

전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수일 부장판사)는 최근 척수공동증으로 숨진 B씨의 남편과 자녀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2015가합2507)에서 "피보험자의 척수공동증은 보험계약 전에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일 이후 그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고 중 한 명인 A씨는 2006년 9월 1일 피고 보험사에 부인 B씨를 피보험자로 하여 질병사망시 3억원을 지급하는 내용 등으로 이루어진 보험에 들었으며, 보험기간은 2006년 9월 1일부터 2040년 9월 1일까지다. 이후 부인이 2013년 2월 전북대병원에서 척수공동증 진단을 받은 후 그해 4월 1일 다른 병원에서 수술과 재활치료를 받던 중 2015년 1월 20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사지부전마비의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고, 2018년 1월 16일 폐렴으로 사망, 피고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되자 자녀들과 함께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2000년 3월 18일 오후 7시 20분쯤 남편 A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탑승한 상태에서 승용차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우측반신 특히 하지의 부전마비 및 균형장애로 보행에 경중한 장애가 남은 '장애등급 4급 1호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 교통사고와 관련, A씨가 자녀 한 명과 함께 C회사를 상대로 교통사고 발생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인 척수공동증이 2013년 2월 12일경 발생하였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는데, 소송진행 과정에서 A와 B씨, 자녀 등은 B씨의 장해 및 사망의 원인이 된 척수공동증의 발병이 위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고, A씨 등이 이 교통사고와 척수공동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하여 신청한 진료기록 및 신체감정에서 'B씨의 척수공동증은 이 교통사고로 인한 것으로 그 관여도가 100%'라는 취지의 감정결과가 회신되었다.

재판부는 "의학적 판단사항에 속하는 분야에 관하여 충분한 근거 없이 의사의 감정 결과를 임의로 무시할 수 없고,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B씨의 척수공동증은 2000. 3. 18.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의 체결일 이후 그 보험기간 내에 발생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원고들은 이에 대해 "설령 척수공동증이 보험계약의 보험기간 이전에 발병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보험자인 B씨가 그러한 발병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 사건 질병은 2000. 3. 18.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흉추척수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이므로, B씨가 질병이 발생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는 흉추척수병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B씨는 (보험계약 전인) 2001. 5. 9. 교통사고로 인하여 '뇌손상, 흉추척수병증으로 우측반신 특히 하지의 부전마비 및 균형장애로 보행에 경중한 장애가 남았으며, 이는 장애등급 4급 1호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므로 그 무렵에는 흉추척수병증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가입한 보험의 특별약관에는 "다만, 보상이 시작되기 전에 피보험자가 감염 또는 발병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때에는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