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경마공원 경주로에 뿌린 소금 염해로 블루베리 고사…60% 배상하라"
[손배] "경마공원 경주로에 뿌린 소금 염해로 블루베리 고사…6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9.08.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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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지원] "공해소송은 가해자가 무해 증명 못하면 책임"

과천 경마공원의 경주로의 모래가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살포한 소금의 영향으로 경작 손해를 입은 인근 블루베리 농장주가 소송을 내 피해액의 60%를 배상받게 되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이영욱 판사는 7월 4일 과천에서 블루베리 농원을 운영하는 A씨 부부가 "경주로에 살포한 소금이 지하수를 통하여 농원의 토지에 유입되는 바람에 블루베리 나무가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며 인근의 경마공원을 상대로 낸 소송(2017가단117587)에서 피고 측에 60%의 책임을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사에 따르면, 피고는 매년 겨울철에 경마장의 경주로(트랙)에 있는 모래가 얼어서 경마 진행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연간 200톤 이상에 이르는 다량의 소금을 경주로에 살포하였으며, 원고 부부의 농원은 밭 1,935㎡의 면적이다.

피고 측은 재판에서 "원고들이 농원에 블루베리 나무를 식재하였고 이들 나무가 고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고, 설령 그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사이에 모두 27회에 걸쳐 경마공원의 경주로에 있는 모래를 물로 씻어내고 그 물은 모두 전문위탁업체를 통하여 외부로 반출하는 작업을 실시하였으므로, 겨울철에 경주로에 살포한 소금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로 유입되어 염소이온농도를 증대시키거나 그 지하수가 원고 토지의 토양에까지 스며들어 블루베리 나무에 염해를 입혔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도 피고가 모두 27회에 걸쳐 경마공원의 경주로에 있는 모래를 물로 씻어내는 작업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판사는 그러나 "환경관리공단은 경마공원에서 결빙 방지를 위하여 소금을 사용함으로써 주변 지역 지하수로 오염이 확산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오염원인 및 오염현황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 7. 23.부터 2008. 11. 23.까지 경마공원 주변의 과천시 동 일대 지역을 대상으로 토양 및 지하수 등의 시료를 채취하여 조사하고 그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위 지역에서 채취한 지하수의 시료들 중 일부에서 무려 4,659㎎/ℓ 내지 5,480㎎/ℓ에 이르는 다량의 염소가 검출되었고, 이는 경마공원에 염소 유입원인이 존재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되며, 경주로에 사용한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고가 겨울철마다 경마공원의 경주로에 살포해 온 다량의 소금이 지하수로 유입되어 토지에도 스며들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토지의 토양에 함유된 염분의 농도가 높아져서, 원고들이 농원에 식재한 블루베리 나무들이 염해를 입고 제대로 생장하거나 결실하지 못한 채 고사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피고는 환경정책기본법 44조 1항에 따라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이 판사의 판단. 환경정책기본법 44조 1항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이라는 제목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원고들은 블루베리 열매를 수확 · 판매하기 위하여 2012년경 토지 중 1,935㎡ 면적의 비닐하우스에 블루베리 묘목들을 식재하였는데, 이들 나무는 제대로 생장하거나 결실하지 못한 채 대부분 고사하였고, 현재 남아 있는 100여 그루의 나무들도 열매를 맺을 수 없을 정도로 생장 상태가 불량하여 사실상 경제적 가치를 상실한 상황이다.

이 판사는 또 대법원 판결(2012. 1. 12. 선고 2009다 84608, 84615, 84622, 84639)을 인용,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행위와 손해발생 간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하나,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에 의한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는 기업이 배출한 원인물질이 대기나 물을 매체로 하여 간접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수가 많고 공해문제에 관하여는 현재 과학수준으로도 해명할 수 없는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고리를 자연과학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이 매우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전제하고, "그러므로 이러한 공해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한다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반면에, 가해기업은 기술적 · 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 훨씬 원인조사가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기업이 어떠한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사회형평의 관념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러나 "원고들은 2012년경 농원에 블루베리 묘목을 식재한 이후 그 나무들이 제대로 생장하거나 결실하지 못한 채 고사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였는데, 경마공원의 주변에 있는 화훼단지 가운데 원고들의 토지와 같이 경마공원의 북쪽에 있는 화훼농가와 분재농가들 가운데 일부가 2008년경부터 이미 피고를 상대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환경분쟁 재정신청을 하는 등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여, 원고들도 경마공원에서 사용한 소금이 위와 같은 피해의 발생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별다른 확인조치나 피해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블루베리 나무의 재배를 계속하여 스스로도 피해를 확대시킨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 토지의 토양에 스며드는 지하수의 염소이온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은 경마공원에서 살포된 소금이 주요한 원인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과천시가 겨울철에 원고들 토지의 인근에 있는 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 등의 도로에 제설용으로 살포하는 염화칼슘이나 그 일대의 농가 등에서 화초와 분재, 그 밖의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시비하는 사료 등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이 판사는 또 "과수의 생장 및 결실에는 지하수의 수질뿐만 아니라 토양, 기온, 비료, 병충해 등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원고들이 농원에 식재한 블루베리 나무들이 제대로 생장하거나 결실하지 못한 채 대부분 고사한 데에는 경마공원에서 지하수로 유입된 염분이 원고들 토지의 토양에 스며든 것 외에 위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복합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