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버스기사의 출발지에서의 대기시간, 근로시간 포함 곤란"
[노동] "버스기사의 출발지에서의 대기시간, 근로시간 포함 곤란"
  • 기사출고 2019.08.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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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 간섭 없고 휴식시간으로 활용"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매회 왕복하는 구간의 운행을 마친 후 다음 운행 때까지 출발지에서 30분 넘게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시간 동안 회사에서 간섭하거나 감독한 정황이 없고 운전기사가 자유롭게 휴식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7월 25일 버스운전기사에게 법정근로시간 최대한도인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게 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곽노상(60) 전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에 대한 상고심(2018도16228)에서 이같이 판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아이앤에스가 곽씨를 변호했다.

2017년 1월 5일 코레일네트웍스에 입사해 3월 30일까지 약 3달간 KTX 광명역과 사당역 사이를 왕복하는 시내버스를 운전한 A씨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회사로부터 해고되자 2017년 5월 주 52시간 초과 근로, 휴게시간 미보장 등의 혐의로 곽씨를 고소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KTX 광명역과 서울의 주요 지역 사이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다.

이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회사 현장을 방문하여 근로현황을 조사했는데, 근로감독관은 휴게시간 미보장 혐의에 대해 A씨의 주장과 달리 평균 7시간 16분의 휴게시간이 부여되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휴게시간에 근로자들이 곽씨의 지휘 · 감독 아래 놓여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코레일네트웍스와 운전기사들이 격일 17시간을 근무시간으로 합의했다는 점을 근거로 A씨의 실제 근로시간이 1일 8.5시간, 주당 59.5시간이라고 보아 곽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운전기사들과 임금지급의 기준이 되는 시간에 대하여 합의하면서 격일 단위로 평균 총 근무시간 19시간 중 휴게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대기시간을 포함한 17시간을 기준으로 시급 8000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산정하여 지급해 왔다.

1심 재판부는 "대기시간에 A씨가 실제로 근무하였는지, 휴게하였는지를 살펴보아 A씨가 실제로 근로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인이 A씨를 주당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운전원들은 대기시간을 이용하여 주유, 세차와 청소를 해야 하는데, 휴게실 이동 시간, 주유와 세차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하자 곽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먼저 "근로기준법 50조 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53조 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위 규정은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위 규정이 말하는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 · 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고,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 내용과 해당 사업장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이 방해되었다거나 사용자의 지휘 · 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격일 근무하는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격일 약 14시간 52분 이상을 실제 근로하여야 하는데, A씨의 격일 총 근무시간은 평균 18시간 53분이므로, 그중 약 평균 4시간 1분 이상의 휴게시간이 부여되었다면 A씨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A씨가 다음 버스운행을 위하여 (광명역에서 하루) 12~13회 대기하는 동안 4~11회 정도는 30분이 넘는 휴식시간이 보장되었고, 다음 버스운행 시간표가 미리 정해져 있었으며, 회사나 피고인이 대기시간 활용에 대하여 간섭하거나 감독한 정황도 없으므로, A씨는 운행시간 사이의 대기시간을 자유롭게 휴식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A씨에게 부여된 하루 평균 휴식시간 중 잠시 자투리 시간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제외하더라도 (광명역에서 대기하는) 최소한 30분을 초과하는 휴식시간인 6시간 25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보았다. 이렇게 볼 경우 A씨의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의 근무기간 동안 실제 운행시간 사이에 광명역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7시간 16분이었고, 그중 30분을 초과하는 시간은 평균 6시간 25분이었다.

대법원은 또 "A씨가 광명역에서 조금 떨어진 차고지와 광명역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은 30분 초과 휴식시간이 아닌 나머지 시간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고, 그외 A씨가 버스를 주차하고 운전근로자 휴게실까지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등 실제 휴식시간으로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시간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A씨의 30분 초과 휴식시간인 6시간 25분 중 2시간 24분 이상이 근로시간에 포함되거나 휴게시간에서 제외되어 실제 휴게시간이 4시간 1분에 미달한다고 볼만한 별다른 자료나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A씨가 주당 52시간을 초과하여 59.5시간을 근로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50조 1항은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53조 2항은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110조 1호는 "53조 2항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