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단순한 의심만으로 두 달간 변호사 등록 미룬 변협, 위자료 300만원 물라"
[민사] "단순한 의심만으로 두 달간 변호사 등록 미룬 변협, 위자료 300만원 물라"
  • 기사출고 2019.08.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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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선고유예 기간 지났는데 등록심사위 회부"

대한변협이 변호사법상 등록거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단순한 의심만으로 변호사 등록을 두 달간 미뤘다가 해당 변호사에게 위자료를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박영호 부장판사)는 7월 23일 박 모 변호사가 대한변협과 김현 전 변협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58549)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변협은 원고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박씨는 2015년 9월 금전공탁서를 변조한 혐의로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변호사 등록이 취소됐다. 이후 박씨는 기존에 근무하던 법무법인에서 일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선고유예 기간인 2년이 지난 2017년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으나, 당시 변협 회장이던 김 전 회장이 한 달 후인 10월 변협 등록심사위원회에 박씨에 대한 변호사 등록거부 안건을 회부, 변협은 두 달이 지난 12월에야 박씨를 변호사 명부에 등록했다. 이에 박씨가 "등록거부 사유가 없음에도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변호사 등록이 2개월 가량 지체되었다"며 15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7년 10월 대한변협에 '선고유예가 확정되고  2년이 경과하여 결격사유가 없으므로 변호사 등록이 타당하다'는 의견서를 첨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사법 7조 4항, 8조 1항에 의하면 피고 협회는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한 등록신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신청인을 변호사 명부에 등록하여야 하고, 다만 같은법 8조 1항 각호에 정한 등록거부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등록심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 김 전 회장이 어떤 사유에 근거하여 (박씨에 대한) 등록거부 안건을 회부하였는지 안건회부서 자체만으로 명확하지 않으나, 변론 과정에서 제출된 피고들의 주장에 의하면 피고 김 전 회장은 원고에게 변호사법 8조 1항 2호(변호사법 5조에 따른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5조 1, 2, 3호(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의 등록거부사유가 있다고 의심하였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대한변협 규칙 14조 4항은 협회장은 심사결과 등록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될 때뿐만 아니라 '의심되는 때'에도 지체 없이 등록심사위원회에 등록거부에 관한 안건을 회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변호사법 8조 1항 3호(심신장애로 인하여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자), 4호(공무원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위법행위와 관련하여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같이 등록거부 사유 해당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치평가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이와 달리 볼 경우 협회장이 신청인에게 다른 어떤 결격사유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역한 의심만으로도 모든 등록신청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러한 해석은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한 변호사 등록신청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체 없이 등록절차를 이행하되,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거부사유에 해당될 경우에만 등록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변호사법의 규정 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의 선고 및 집행 이후의 특정기간의 도과 여부와 같은 것은 단순한 사실에 관한 사항으로, 김 전 회장은 직접 혹은 대한변협 규칙 14조 2항에 의하여 소관 상임이사 등으로 하여금 원고로부터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 등을 제출받아 이를 조사하게 하는 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공문서변조죄로 선고유예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 달리 원고에게 관련된 여죄로 인해 등록거부의 사유가 있다거나, 그럼에도 원고가 이를 은폐한 채 변호사 등록신청에 이르렀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 근거나 특별한 사정도 없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 김 전 회장이 법에 정한 변호사 등록거부 요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단순한 의심 만으로 등록거부 안건을 등록심사위원회에 회부한 과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원고는 위원회 출석, 의견 진술, 자료 제출 등이 수반되는 등록심사절차에 응하여야 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겼을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협회는 그 손해에 대해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 액수를 30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김 전 회장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 김 전 회장의 등록거부 안건회부 행위는, 변호사의 지도와 감독에 관한 사무 처리 권한을 변호사법에 의해 위탁받은 피고 협회의 장으로서 한 업무상의 행위이므로 원칙적으로 이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