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지게차에 경유 대신 등유 넣어…과징금 1억 정당"
[행정] "지게차에 경유 대신 등유 넣어…과징금 1억 정당"
  • 기사출고 2019.08.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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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단순한 '밀어내기 주유'로 보기 어려워"

주유소 사장이 지게차에 경유 대신 등유를 넣었다가 과징금 1억원을 물게 됐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강경숙 부장판사)는 최근 울산 울주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모씨가 "과징금 1억원 부과와 공표 6개월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울주군수를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5660)에서 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류 1500리터를 수송할 수 있는 이동판매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씨는 2017년 9월 28일 울주군에 있는 A산업으로부터 지게차에 자동차용 경유를 주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날 오후 2시 10분쯤 이동판매차를 이용하여 A산업에 있는 지게차에 55리터의 경유를 주유하게 되었다. 한씨의 이동판매차는 2가지 유종을 적재할 수 있는데 외부 주유기가 1개다. 따라서 차량 외부에 설치된 유종 선택 레버를 작동하여 유종을 선택한 뒤 외부 주유기를 이용하여 주유를 하게 된다.

그런데 한씨는 주유를 하는 과정에서 등유 레버를 작동하여 주유했고, 그러던 중 한국석유관리원 영남본부 소속 직원에게 적발되었다. 이에 울주군이 한씨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39조 1항 8호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인 '등유를 자동차의 연료로 판매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씨에게 과징금 1억원과 공표 6개월의 처분을 하고, 관할 경찰서에 고발하자 한씨가 소송을 냈다. 한씨는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되자 정식재판을 청구, 2019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검사가 항소, 현재 항소심 계속 중이다.

재판부는 "지게차에 등유가 상당량 주유되었다고 보는 이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지게차에 등유가 주유된다는 것을 알면서 주유를 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라며 "원고는 주유기 호스에 남아 있는 경유를 밀어내기 위하여 등유 레버를 작동하여 주유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지게차 유류탱크에 저장되어 있던 유류의 성분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밀어내기 주유'를 하다가 소량이 섞여 들어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관리원 영남본부 소속 직원이 2017년 9월 28일 단속 현장에서 A산업 관리자의 동의를 얻어 지게차의 유류탱크에 있던 유류 2리터를 시료로 채취해 품질검사를 한 결과, '자동차용 경유에 다른 석유제품(등유 등)이 약 95% 혼합된 제품으로 석유사업법 2조 10호에 따른 가짜석유제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원고가 이 사건에 따른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공소제기된 사건에서 2019. 2. 15.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과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목적과 요건을 달리하는 것이므로, 형사처벌과 관련하여 법원의 무죄 판결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와 같은 등유의 주유 사실에 원고의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원고의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원고에 대한 과징금 1억원 등의)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등유를 경유로 속여서 자동차와 및 차량 · 기계의 연료로 판매하는 행위 등은 석유제품의 유통질서를 어지럽히고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 단순히 부당한 대가의 지급을 넘어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을 해하는 피해를 입게 함은 물론,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까지 유발하므로 이를 규제할 공익상 필요가 있는 점, A산업의 피해 자체는 가볍다고 할 수 있으나, 원고의 행위는 고의로 인한 행위라고 볼 여지가 커 석유사업법 시행규칙 소정의 감경 사유를 적용하여야 할 당위가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해 보더라도 과징금 1억원 등의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