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회사 관련 비송사건 
[리걸타임즈 기업과 법] 회사 관련 비송사건 
  • 기사출고 2019.08.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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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총 소집 신청, 주식매수가액결정 신청 등 유명

회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가지 쟁송사건 중에 '비송(非訟)사건'이라고 분류되는 것들이 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독자분들은 비송사건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것이다. 좀 거칠게 말하면,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민사소송에는 '소송사건'과 '비송사건'이 있는데 소송사건이 아닌 사건이 비송사건이다.

소송사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인데,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가 방어를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회사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많은 가처분사건도 소송사건에 속한다. 이 경우, 각 소송당사자는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제출한다. 소송사건에서의 재판부의 역할은, 축구경기에서의 심판의 역할과 흡사하다. 즉, 절차 내에서 공정한 심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모두 취합하여 결정을 내린다.

비송사건에서의 재판부의 역할

하지만 비송사건에서의 재판부의 역할은 이와 조금 다르다. 심판이 양 팀에게 이래라 저래라 관여하기도 하고, 재량에 따라 경기 결과를 정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심판이 직접 경기를 주관해서 개시하기도 한다(일정한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이 없는 경우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회사에 대해서 해산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조금은 이례적인 절차 또는 제도를 마련한 취지는, 비송사건이 다루는 사안의 성격이 일반 소송사건과는 다르거나 또는 기타 공익적인 측면을 고려해서이다. 좀 더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비송사건은, 민사상의 생활관계를 조성하거나 감독하기 위하여 국가(법원)가 직접 후견적 작용을 하는 것이 주목적으로, 소송사건과는 달리 법원의 합목적적인 재량에 의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최영익 변호사
◇최영익 변호사

실무적으로 소송사건이냐 비송사건이냐를 구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비송사건절차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건이면 비송사건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반 민사 소송사건으로 보면 된다. 이번 글에서는 비송사건의 주된 특징과 회사 관련 주요 비송사건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비송사건의 주요 특징

(1)직권주의
비송사건은 당사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법원이 공익적 견지에서 절차를 개시하는 경우도 있다. 직권으로 절차가 개시된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취하라는 개념 자체도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의 내용이 반드시 신청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다.

(2)직권탐지주의-변론주의의 배제
민사 소송사건에서는 소송자료 즉 사실과 증거의 수집 · 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일임하고,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수집 ·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음에 반하여, 비송사건에서는 법원이 직권으로 사실의 탐지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증거의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고, 자백간주도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자료수집의 방법과 범위는 법원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법원이 사실인정에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신청한 유일한 증거라도 배척할 수 있다. 또한 증거조사 시 당사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더라도 무방하다. 실무상으로는 직권탐지주의가 비송사건을 다른 일반 민사 소송사건과 구별짓게 하는 가장 큰 특징으로 체감된다. 아래 법원의 결정문 내용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3)비공개 원칙, 기판력 · 기속력의 제한
민사 소송사건은 변론절차를 공개함이 원칙이나 비송사건 절차에서는 심문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민사 소송사건과 달리 비송사건의 재판은 기판력이 부정되는 것이 통설이다. 다시 말해 민사 소송사건의 재판은 기속력, 즉 외부적으로 성립한 재판은 법원도 이에 기속되어 스스로 그 재판을 취소 · 변경할 수 없는 것과 달리 비송사건은 법원이 재판을 한 후에 그 재판이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2. 주식매수가액결정 신청 사건

임시주주총회 소집 신청 사건과 더불어 회사 관련 비송사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식매수가액 결정 신청 사건일 것이다. 상법은 영업양도, 합병, 주식교환, 주식이전 등에 관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에 반대하는 주주에게 회사를 상대로 자기의 소유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한다. 이때 회사와 반대주주 간에 주식매수가액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회사든 반대주주든 법원에 그 가액을 결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비송사건절차법은 이러한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주식매수가액결정에 관한 재판을 비송사건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수주주 보호 필요

부당한 매수가격은 다수주주가 소수주주를 부당히 축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매수가격의 결정은 소수주주의 보호를 위하여 공정한 가격으로 정해져야 한다. 상법은 가격 결정에 대하여 "회사의 재산상태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공정한 가액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만 규정할 뿐(상법 제374조의2 제5항)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야 할지는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주식에 관하여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거래의 실례가 있으면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거나, 거래사례가 없으면 비상장주식의 평가에 관하여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시장가치방식, 순자산가치방식, 수익가치방식 등 여러 평가방법을 활용하여 산정한다. 통상 당해 회사의 성격, 영업종목, 사업현황, 주변 경제여건 등을 두루 고려하여 각 산정 요소에 가중치를 부여한 다음 이를 평균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법원이 재량껏 공정한 가액 산정

상장법인의 경우 시장주가에 의존하게 되는데, 다른 사정들로 인하여 시장주가가 당해 기업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법원이 재량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시장주가에 의하지 않기도 한다. 즉, 주식매수가액결정 신청 사건은 비송사건이기 때문에 법원이 당사자들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재량껏 공정한 가액을 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아래는 2015년도에 있었던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반대하여 구 삼성물산 주주가 신청한 주식매수가액결정 신청 사건의 제2심 법원이 내린 결정 내용 중 일부인데, 매수가액 산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3.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등 신청 사건

주주는 영업시간 내에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고, 회사는 위 청구에 대하여 이유를 붙여 거절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상법 제391조의3).

이사회 의사록 열람의 신청은 주주이기만 하면 되고 보유주식수는 문제되지 않는다. 신청 시 주주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또는 등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소명하여야 한다. 의결권 행사나 이사의 책임 추궁과 같은 단독주주권의 행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든가, 이사 해임의 소의 제기나 검사인 선임청구와 같은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점을 소명하여야 한다.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는 소송사건

유의할 점은 통상 주주는 회사에 대한 정보 수집의 일환으로 회사에 회계장부 등 열람, 등사 청구(상법 제466조),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청구(상법 제391조의3) 등을 동시에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회계장부 등 열람, 등사 청구의 경우 소송사건으로 진행되나(가처분 신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사 청구는 비송사건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같은 분쟁 상황에서 같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같은 목적으로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소송사건으로, 후자는 비송사건으로 분류되어 따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절차의 불편을 야기할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무적으로는 법리에 따라 비송사건인 이사회 의사록 열람 등 신청이 소송사건인 회계장부 열람 등 신청에 포함되어 있을 때에는 각하된다. 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이사회 의사록도 회계장부 등 열람권에 같이 포함되어 신청되고 결정도 그렇게 나곤 했었다. 주주권 행사에 여러모로 불편함이 초래되고 있는 현실이다.

4. 검사인 선임 신청 사건

상법상 검사인은 회사의 설립 시, 신주 발행 시, 또는 주식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하여 부정행위 또는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검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선임될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주주총회의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의 적법성을 조사할 목적으로 총회 전에 법원에 검사인을 선임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검사인 선임은 비송사건절차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나 실무상 검사인의 선임에 관한 비송사건으로 처리하고 있다.

실제 제도의 운용에서는 신청인이 사건본인 회사와의 경영권이나 재산권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서 검사인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인은 통상 변호사가 선임되고, 보조자로 공인회계사를 두는 경우가 많다.

KCGI, 한진칼 검사인 선임 신청

최근에도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법원에 한진칼 · 한진의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다만 한진을 상대로 한 퇴직금 지급 관련 검사인 사건의 경우 회사 측이 검사인 확인이 필요한 사항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고 하여 한진 상대 신청은 취하했다. 선임된 검사인은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법원에 보고하고, 법원은 검사인의 검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주총의 소집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대표이사에게 주총 소집을 명하는 결정을 내린다.

5. 임시이사 선임 신청 사건

상법은 이사의 퇴임으로 말미암아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원수를 결한 경우에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하여 퇴임한 이사로 하여금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를 행하도록 하는 한편,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사, 감사, 기타의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하여 일시 이사의 직무를 행할 사람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직무대행자와 구별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여기서 “일시 이사의 직무를 행할 사람(편의상 '임시이사'라 한다)”은 상법상 이사선임결의 무효나 취소 또는 이사해임의 소를 본안소송으로 하는 이사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으로 인하여 선임되는 “직무대행자”와는 구별된다는 점이다.

간혹 이사가 임기만료 되었거나 사임하였음에도 회사 측에서 자신의 퇴임등기를 마쳐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퇴임이사 자신이 이사선임등기로 인하여 발생할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임시이사의 선임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임시이사를 선임한다고 하여 신청인에 대한 이사선임등기가 말소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종국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는 신청인이 회사를 상대로 위임관계의 종료를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이사선임등기말소 내지 변경등기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야만 한다.

또 회사에 대표이사가 결원인 상태에서 임시대표이사 선임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드물게 법원에 의해서 임시대표이사가 선임된 예도 있다. 외환은행 대표이사의 사임계로 결원이 발생하자 2012년에 윤용로 은행장이 임시대표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있다.

6. 임시주주총회 소집 신청 사건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1000분의 15 이상) 보유한 주주는 법원에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의 이유를 기재한 서면을 이사회에 제출하여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사회가 지체 없이 총회소집절차를 밟지 아니하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대표적인 회사관련 비송사건 중 하나이다.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 필요

신청 시 신청인의 주주 여부 및 보유주식 수에 관한 소명자료로는 실질주주명부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식의 귀속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주주명부만으로 주주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데, 주주의 지위에 관한 본안판결 또는 심문을 거친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결정 등이 있으면 그에 따른 주주의 지위를 인정하면 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신청인의 주주요건이 명확히 소명되지 않거나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오도록 권유하기도 한다. 나중에 주주 자격이 문제될 경우 법원의 소집허가를 받아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의 효력이 다투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임시주주총회소집신청을 기각하는 사유는 대체로 신청인이 주주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회의의 목적이 총회의 권한사항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 소수주주 등이 구하는 안건에 관하여 회사가 이미 총회소집절차를 취한 경우, 총회소집허가신청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 등이다. 소집허가신청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라 함은 객관적으로 보아 총회소집의 실익이 없거나 총회소집을 허가할 경우 회사로서는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법률적 분쟁만을 야기할 것이 명백하여 총회를 소집하는 것이 오히려 유해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