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인감 날인만 있고 보증인 성명, 채무 최고액 기재 없는 부인 명의 연대채무확약서 무효"
[민사] "인감 날인만 있고 보증인 성명, 채무 최고액 기재 없는 부인 명의 연대채무확약서 무효"
  • 기사출고 2019.07.18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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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보증인보호법 적용대상"

남편의 총판 대리점 운영에 부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거나 대리점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면 부인이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하고, 따라서 부인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연대채무확약서에 부인의 성명이 없고, 채무 최고액을 알 수 있는 기재도 없다면 이 보증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보증인 보호에 방점이 찍힌 판결이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신숙희 부장판사)는 7월 16일 하이트진로음료가 "외상대금 등 4억 6900여만원을 연대하여 지급하라"며 총판 대리점 업주인 박 모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033075)에서 이같이 판시, 박씨의 부인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박씨만 4억 6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009년 4월경 박씨와 총판 대리점계약(1차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자사가 생산하는 '퓨리수' 생수 제품을 박씨에게 공급했다. 박씨는 이 대리점계약에 따라 하이트진로음료로부터 생수 제품을 공급받아 'S퓨리스'라는 상호로 하부대리점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영업을 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후 2012년 4월경 박씨와 계약기간을 2017년 3월까지 5년 연장하여 다시 대리점계약(2차 대리점계약)을 체결하면서, 박씨가 회사로부터 월 평균 4만통, 계약기간 5년간 총 240만통의 생수 제품을 매입하는 조건으로, 정상가격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생수 제품을 공급하고 일부 물량(4만통 기준 700%)을 지원하며, 공급 물량에 비례한 수량의 냉온수기를 무상지원하기로 하는 내용이 포함된 상품매매계약서와 추가약정서를 함께 작성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차 대리점계약에 따라 박씨에게 생수 제품 일부를 지원하고 2159대의 냉온수기를 무상으로 지원했으나, 박씨가 당초 매입하기로 한 물량에 훨씬 미달한 수량의 제품을 매입하고 외상대금 채무를 결제하지 않는 등 계약에서 정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못하자, 박씨에게 외상채무의 변제와 적절한 담보제공을 요구하는 한편, 계약불이행이 계속될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박씨는 2014년 5월경 하이트진로음료에 외상대금 등의 채무금 합계 4억 5400여만원을 매월 분할 상환하겠다는 취지의 변제계획서를 제출하고, 하이트진로음료의 추가 담보제공 요구에 따라 2015년 3월 부인인 최 모씨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여 '하이트진로음료와 박씨가 약정한 대리점계약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를 박씨가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연대하여 지급책임을 질 것을 확인하고 이에 서명날인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연대채무확약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박씨가 외상대금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하이트진로음료가 거래를 중단하고 박씨 부부를 상대로 외상대금과 냉온수기 지원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등 4억 6900여만원을 연대하여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 박씨는 물론 부인에게도 연대보증 책임을 물어 청구액 전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박씨 부부가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박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의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으나, 보증인인 박씨의 부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박씨의 부인이 2008. 3. 21. 제정되어 2008. 9. 22.부터 시행된 보증인보호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기업 대표자 등의 배우자 · 직계가족 등일지라도 기업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거나 기업의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그 기업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아닌 때에는 다른 보증인과 마찬가지로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보증인보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피고 박씨가 원고의 총판 대리점을 단독으로 운영한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피고 최씨가 배우자로서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대리권이 있다는 사정(민법 827조) 등만으로는 피고 박씨의 대리점 경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거나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였다고 보기는 부족하며, 오히려 피고 최씨는 박씨의 대리점 개업 훨씬 이전인 1999년 3월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 원장 등으로 종일 근무하는 등 별도의 소득활동을 하여 왔고, 본인 소유의 거주지 부동산에 관하여 박씨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3차례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을 뿐으로 보여 피고 최씨는 보증인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보증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씨 소유의 서울 양천구에 있는 빌라에 관하여 2009년∼2011년 3차례에 걸쳐 하이트진로음료를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설정되었다가 말소되었다.

이어 "(박씨가 원고에게 제공한) 연대채무확약서에는 피고 박씨의 이름과 'S퓨리스'라는 상호 및 작성일자가 기재되어 있을 뿐(이 부분은 원고의 채권관리팀에서 기재하였다) 피고 최씨의 성명은 아무 곳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그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란도 공란으로 남겨진 채, 피고 최씨의 인감도장이 날인되었을 뿐인 사실(이 인감도장은 피고 박씨가 날인하였다), 원고가 연대채무확약서에 연대보증인인 피고 최씨의 성명과 인적사항 기재를 받지 않은 것은 이 서류에 인감을 날인한 피고 박씨가 보증인 본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사실(아무도 대신 기재하지 못하였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연대채무확약서의 내용과 형식, 성명 기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위 등을 모두 종합할 때, 이와 같이 피고 최씨의 성명의 기재 없이 날인만 있고 그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었을 뿐인 것에 대하여 '기명'이 있었다고 의제하여 구 보증인보호법(2015. 2. 3. 법률 제131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정한 '기명날인' 방식을 준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달리 구 보증인보호법 3조에 따른 기명날인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구 보증인보호법 3조 1항은 "보증은 그 의사가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표시되어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연대채무확약서에는 피고 최씨가 연대보증하는 주채무에 관하여 '계약서에서 정한대로 거래를 함으로써 발생한 채무'라고 되어 있을 뿐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면 자체로 보아도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얼마인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만한 다른 구체적인 기재가 전혀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 최씨의 보증의사가 표시된 연대보증확약서는 보증채무의 최고액이 특정되었다고 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피고 최씨의 연대보증은 구 보증인보호법 3조에 정한 보증의 방식을 준수하지 아니하고 보증인보호법 6조에 정한 근보증채무 최고액의 특정이 없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보증인보호법 6조 1항은 "보증은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특정한 계속적 거래계약이나 그 밖의 일정한 종류의 거래로부터 발생하는 채무 또는 특정한 원인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채무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보증하는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2항은 "1항의 경우 채무의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하지 아니한 보증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