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소규모 회사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됐어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 제공했다면 근로자"
[노동] "소규모 회사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됐어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 제공했다면 근로자"
  • 기사출고 2019.07.17 1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있어"

소규모 회사의 등기부에 이사로 등재되어 있더라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5부(재판장 배광국 부장판사)는 6월 12일 성남시에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온라인정보제공업체인 A사에 다니는 김 모(여)씨가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누57720)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에 대한 근로자성 불인정통보를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자인 김씨는 2000년 1월 A사에 고용된 근로자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을 취득했다가 2004년 1월 A사를 퇴사하고, 2006년 2월 A사에 재입사해 고용보험 보험자격을 취득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2017년 4월 김씨가 A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고용보험법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김씨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을 직권취소하자 소송을 냈다. 김씨는 2005년 3월부터 2013년 4월까지 8년 1개월 동안 법인등기부등본에 A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2017년 4월 발급된 A사의 주주명부에는 김씨가 2005년 11월 A사의 주식 1만주를 취득한 지분율 25.8%의 주주로 등재되어 있다. 김씨는 "A사 사업주의 부탁으로 상법상 주식회사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형식적이고 명목적으로만 A사의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김씨는 또 2004년 4월 설립된 C사를 설립, 대표를 맡고 있으며, 김씨의 언니가 C사에 고용되어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A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고, A사의 주식 25.8%를 보유하고 있는 점, 원고가 담당한 업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점, 원고는 A사의 업무규칙 · 복무규정 ·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 점, A사가 원고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한 바 없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원고를 A사의 근로자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기는 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원고가 이사로 등재된 기간 동안에도 업무집행권을 가진 바 없고, '이사' 명칭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외부에서도 원고를 개발 담당 부장이라 인식하고 있을 뿐 업무집행권을 가진 임원이라고 인식한 바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사의 지위는 형식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기하여 경영권을 행사하였다거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고, 주주로서 A사의 이윤 창출과 손해의 초래 등 위험을 일정 부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어 "A사는 소속 인원이 1~5명인 소규모 사업장이고, 원고는 A사의 비품 구비 등에서부터 입찰정보 확인, PM(프로젝트 매니저 활동)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음에 비추어, 소규모 사업체의 특성상 원고가 업무에 상당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업무일지 · 결재서류 · 근무태도 관련 자료 등의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거나 업무규칙 · 복무규정 · 인사규정 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는 2013년 이후 A사의 매출현황과는 관계없이 상당히 일정한 급여를 수령하였고, 근로소득세도 원천징수되었는바,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판단되며,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실질에 있어 A사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 직권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