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추행 무혐의 났다고 무조건 무고죄 처벌 아니야"
[형사] "성추행 무혐의 났다고 무조건 무고죄 처벌 아니야"
  • 기사출고 2019.07.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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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고내용 섣불리 허위 단정 곤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불기소처분 또는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성추행 신고행위가 곧바로 무고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7월 11일 무고 혐의로 기소된 A(여 · 34)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2614)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2014년 4월경부터 8월경까지 한 방송국에 파견되어 회계 등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2014년 6월 2일경 서울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보호계 성폭력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에 "(7일 전인) 5월 26일 저녁 이 방송국 촬영기사인 B씨가 술집에서 옆에 앉아 팔로 허리를 감싸 안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술집에서 나와 함께 걸어가며 강제로 손을 잡는 방법으로 추행하고, (골목길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려는 순간 팔을 잡고 끌어 앉히더니 강제로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는 입에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추행을 하였다"고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이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가 없다며 B씨에 대해 불기소결정을 하자 항고했고, 항고가 기각되자 재정신청을 냈으나 재정신청도 기각되었다. 이에 B씨가 A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 검찰은 A씨에 대해서도 불기소결정을 내렸으나 B씨가 낸 재정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이 진행되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인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판결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와 단둘이서 4시간 동안이나 함께 술을 마시고 그 후 상당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A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술집에서 나온 뒤의 상황이 촬영된 CCTV 영상에는 B씨가 A씨를 추행하였다고 볼 만한 장면을 찾아볼 수 없고, A씨의 고소내용 자체에 의하더라도 B씨가 당시 A씨에게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먼저 "무고죄는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와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와 같은 법리는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사실에 대하여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된 경우 반대로 이러한 신고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여 무고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 내지 무죄판결이 내려졌다고 하여, 그 자체를 무고를 하였다는 적극적인 근거로 삼아 신고내용을 허위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처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진정한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렇게 하였을 것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성폭행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점과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관한 변소를 쉽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경우도 포함되며, 이 경우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며 "A씨가 사건 당일에 일정 수준의 신체접촉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A씨는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갖는 주체로서 언제든 그 동의를 번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거나 동의한 범위를 넘어서는 신체접촉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지므로, A씨가  주장하는 기습추행이 있기 전까지 B씨와 사이에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여, 입맞춤 등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A씨가 동의하거나 승인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가 B씨로부터 기습추행을 당하였다는 것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워 A씨의 무고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