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사실 확인 없이 층간소음 항의하며 욕설하고 윗층 주민 직장에 민원 제기…위자료 400만원 물라"
[손배] "사실 확인 없이 층간소음 항의하며 욕설하고 윗층 주민 직장에 민원 제기…위자료 400만원 물라"
  • 기사출고 2019.07.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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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생활소음 다소 발생시켰어도 과해"

아파트 윗층에서 층간소음을 유발했는지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층간소음에 항의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욕설을 하고 수십 차례 인터폰으로 항의하며 윗층 주민의 직장에 민원을 제기한 아랫층 주민이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대구지법 황형주 판사는 7월 12일 대구에 있는 아파트의 윗층 주민인 김 모씨의 가족 4명이 아랫층에 사는 이 모씨 부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가단103263)에서 "이씨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이씨의 배우자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김씨 가족이 2017년 1월 22일 대구에 있는 아파트의 A호로 이사한 이후 김씨 가족과, A호의 바로 아래층인 B호에 거주하는 이씨 부부 사이에 층간소음과 관련한 다툼이 발생했다. 이씨는 2017년 3월 12일경 인터폰으로 김씨 가족과 통화를 하면서 말다툼을 했는데, 이씨는 김씨의 부인에게 "싸가지 X이! 이게 왜 이래? 지금?", "미친 X 아니야! 진짜 미친 X이!" 등의 욕설을 하였고, 같은날 다시 이루어진 인터폰 통화에서 김씨의 부인에게 "두더쥐처럼, 박쥐처럼", "하는 짓거리가 왜 이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반말을 계속했다. 김씨 가족은 인터폰 통화 후 이씨 부부의 집에 직접 찾아가 이씨의 배우자와 먼저 대화를 나누며 소음이 자신들의 집에서 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집에서 나는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이씨가 반말하거나 욕설하는 것을 삼가 달라고 요청했는데 뒤늦게 이씨가 집에서 나와 김씨 가족과 말다툼을 했다. 이씨는 말다툼 과정에서 김씨의 부인이 초등학교 교사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고, 이에 김씨의 부인도 이씨가 방과후 교사임을 알고 있다고 하자 서로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따지면서 다툼이 격화되었다. 이씨는 또 이날 아파트 6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던 중 A호 현관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던 김씨의 자녀 2명을 보게 되자 "너희가 범인인 것 다 알아"라고 말하고 가기도 했다.

이씨는 한 달 후인 2017년 4월 김씨 가족의 집에 14차례에 걸쳐 인터폰을 하여 소음발생을 이유로 다투면서 김씨의 부인에게 "야 너는 남한테 민폐 끼치는 게 취미니?, 그 따위 싸가지 없다는 소리 듣지, 입만 떼면 거짓말이고, 나이를 몇 개 처먹었는데, 어?, 너 거짓말쟁이인거 몰라?, 말귀 못 알아먹냐고? 내가 당신 애들 똑바로 가르쳐 줄테니까", "입만 떼면 거짓말이니? 그게 학교 선생이니? 머리가 모자란 건 아니고? 자식 앞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먼저 하는게 가정교육이야" 등의 말을 했다. 이씨는 또 한 달 후인 5월 대구광역시교육청 장학사에게 "김씨의 부인이 공직자로서 공중도덕을 준수하지 않고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여 고발한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그 후로 2017년 9∼10월 5차례에 걸쳐 이와 유사한 민원이 제기되었다. 김씨의 부인이 엘리베이터에 "층간소음에 유의하고 서로를 배려하자"는 취지의 게시물을 부착하자 이씨는 이 게시물에 "너나 잘해라"라고 써 두기도 했다. 이에 김씨의 가족이 31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황 판사는 먼저 "공동주택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피고로서는 이웃 집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소음은 어느 정도 감내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원고들 역시 마찬가지로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므로 이웃을 배려하여 과다한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아랫집에 거주하는 피고들이 느끼는 소음을 모두 원고들이 발생시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고, 원고들이 소음의 진원지가 자신들이 아니라고 항변함에 대하여 피고들이 사실확인도 해 보지 않은 채 거짓말로 치부하였던 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거주자로서 스스로의 주거안녕과 심신의 평온을 위하여 이웃 거주자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킨다면 이에 대하여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여 바로잡을 수는 있는 것이지만, 서로간에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쥐XX같은…바퀴벌레…싸가지 없다…이X아…머리가 모자라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감내할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점, 원고들은 피고들이 직접 하는 인터폰 외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이나 경비실 직원으로부터도 수십 차례에 걸쳐 인터폰으로 소음 자제 요청을 받았는데, 이는 피고들이 관리사무소 등에 항의하거나 요청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피고 이씨는 교육청 장학사에게 김씨의 부인이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고 이웃에 피해를 준다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단순히 이웃간의 갈등을 넘어서 김씨의 부인의 직업과 관련한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한 행위로 보이는 점, 피고 이씨는 아직 어린 김씨의 두 자녀에게 '범인'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어린 김씨의 자녀들로서는 피고 이씨의 이와 같은 말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의 부인이 이웃들 사이에 배려하자는 취지로 엘리베이터에 부착한 게시물에 피고 이씨가 써 둔 '너나 잘해라'는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점, 원고들은 피고 이씨가 자꾸 집 앞으로 찾아와 항의를 거듭하자 원고들의 집 현관문 앞을 촬영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기도 하였는데, 비록 직접적인 증거는 나타나지 않지만 김씨 부부로서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여야 할 정도로 피고 이씨의 행동이 과격한 면이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원고들 역시 윗집 거주자로서 생활소음을 다소 발생시켰다거나 김씨 부부가 다툼 과정에서 거친 말을 사용하기도 하였더라도 피고 이씨의 욕설, 민원 제기, 게시물에 조롱의 의미를 담은 낙서를 한 행위 등은 포괄적으로 원고들의 평온한 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수인하기 어려운 고통을 가하는 것이어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황 판사는 층간소음이 발단이 되어 이 사건 다툼에 이르게 되었던 점, 이씨가 한 불법행위의 기간과 정도, 이씨의 행위로 정서적 안정이 절실한 유년의, 김씨 부부의 자녀들이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 가족이 침해받은 주거의 평온, 김씨 가족이 당초 예정한 전세 기간 이전에 이사하게 되어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재산적 손실 등과 다툼의 과정에서 김씨 또한 이씨에게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 위자료 액수를 원고별로 각 100만원으로 정했다.

황 판사는 다만 이씨의 배우자에 대한 청구는, "이씨의 배우자는 피고 이씨와 원고들 사이의 말다툼이 심해지자 피고 이씨를 말리기도 하였고, 원고들에게 직접 욕설이나 반말을 사용하지도 않았던 점, 원고들에 대한 욕설, 민원 제기 등은 대부분 피고 이씨가 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씨의 배우자의 행위를 피고 이씨와 동등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