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 제약회사때 불법 리베이트로 기소됐다고 무급휴직 위법"
[행정] "전 제약회사때 불법 리베이트로 기소됐다고 무급휴직 위법"
  • 기사출고 2019.07.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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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제약회사 부서장에 승소 판결

제약회사 부서장이 이전에 다니던 제약회사에서 있었던 불법 리베이트로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무급휴직 처분을 받자 소송을 내 이겼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6월 20일 글로벌 제약회사의 한국법인인 B사의 부서장인 배 모씨가 "무급휴직 처분을 정당하다고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71601)에서 "무급휴직은 정당한 이유가 없고, 재심판정은 위법하니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반우가 배씨를, 피고보조참가한 B사는 김앤장이 대리했다.

2002년 같은 제약회사인 A사에 입사하여 2012년 4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신경 관련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는 사업부의 부서장으로 근무하면서 해당 사업부의 의약품 판매를 총괄했던 배씨는 2015년 1월 B사의 바이러스성 질환 사업부 부서장으로 입사했다. 그런데 입사 1년 7개월 후인 2016년 8월 8일 A사 대표이사, 배씨를 포함한 A사의 각 부서장, A사 법인, 의약전문지와 학술지 발행업체 6개 법인과 대표이사 등이 'A사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의약전문지와 학술지 발행업체 등에 제품 광고 명목의 광고비를 집행한 후 이 업체 등을 통하여 좌담회와 자문료 등을 빙자해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불구속기소되자, B사는 같은달 31일 배씨에게 "A사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니, 회사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월급은 받으면서 회사에는 나오지 말고, 업무도 하지 않는 상태로 있어라. 이 처분은 징계나 대기발령 같은 페널티가 아니다. 이런 조치가 있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현재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 있다. 확인하는 동안 일단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 B사는 배씨에 대한 이 처분을 가리켜 'Garden Leave'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B사는 이후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배씨에게 사직을 권유하다가 '직원이 구속 또는 기소된 경우 1심 판결시까지 무급휴직을 명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에 근거해 2017년 11월 A사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시까지 무급휴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배씨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었고,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무급휴직 처분은 인사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인사명령'이라는 이유로 다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가 기소된 것은 B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 아니라, 이전 직장인 A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고, 나아가 B사는 원고의 기소 사실을 안 직후 '원고가 B사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문제될 만한 일을 하였는지' 여부를 내부 조사를 하였으나, 문제점이 발견되지 아니하였던 점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원고는 2015. 1. 12. B사에 입사하여 2016. 8. 31. 소위 Garden Leave 조치를 당하여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게 될 때까지 약 1년 7개월 동안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고, B사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단순히 이전 직장에서 불법 리베이트 관련 문제로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앞서 언급한 각종 제재와 명성 · 신용훼손을 우려해 무급휴직을 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B사는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의료인에 대한 제재 제도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불법 리베이트와 연관된 직원이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이 고객들에게 알려질 경우에는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 배씨는 회사의 주요 고객인 의료인들과 직접 접촉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배씨가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를 개인적으로 아는 고객 일부는 원고가 A사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그로 인하여 B사와 제품 거래를 중단하였다거나, 원고의 '새로운' 직장인 B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원고와 함께 근무하였던 B사의 전 직원들이 제출한 진술서와 증언에 따르면, 원고가 기소되었다는 사실이 고객들이나 원고의 리더십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A사 리베이트 사건으로 기소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바이러스성 질환 사업부' 부서장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