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사 날인 없으나 간인 있는 영장으로 압수한 파일 출력물도 증거 사용 가능"
[형사] "판사 날인 없으나 간인 있는 영장으로 압수한 파일 출력물도 증거 사용 가능"
  • 기사출고 2019.07.1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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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사에 의한 진정한 영장 발부 분명"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7월 11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강 모(59)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20504)에서 "압수수색영장에 판사의 날인이 누락되었으나 간인이 있다면 이 영장에 따라 압수한 파일 출력물 등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강씨의 상고를 기각,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0년 6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자동차변속기 검사장비 제작업체인 A사에서 기술영업이사로 재직하고, 2014년 5월경부터 동종업체인 중국 H사에서 기술영업이사로 근무한 강씨는, 2014년 1월 A사를 퇴사하면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외장하드 등을 모두 반납했다. 그러나 2014년 4월 내지 5월경 반납했던 외장하드를 A사로부터 다시 반환받아, 중국 상해시에서 A사의 영업비밀인, A사가 중국 상하이 GM 자동차로부터 주문받아 제작한 밸브바디 테스트 장비의 공압회로 구성도 파일 등을 복구해 자신의 노트북에 이를 복사하고 저장한 후 2015년 1월 3일 중국 상해시에 있는 H사 사무실에서 이메일로 중국 회사 관계자에게 A사의 영업비밀인 변속기 테스터 라인구성 배치도 CAD자료 파일을 전송한 것을 비롯하여 2회에 걸쳐 A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강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수원지법 영장담당판사가 발부한 2015년 3월 26일자 압수수색검증영장에 따라, 같은해 5월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미징의 방법으로 강씨 소유의 노트북 복제본, SD카드 복제본 등을 압수했다. 그런데 수원지법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압수 · 수색의 사유가 기재되어 있고, 수기로 '이 영장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다'고 기재된 부분에 날인이 있고, 별지와의 사이에 간인이 있었으나, 판사의 서명날인란에는 서명만 있고 그 옆에 날인이 없었다. 경찰은 이 영장에 따라 압수한 복제본에서 문서로 출력한 파일 출력물 중 일부를 제시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검사도 이 파일 출력물을 제시한 상태에서 1∼3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했으나, 재판에서 판사의 날인이 없어 증거능력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5. 3. 26.자 압수수색검증영장은 비록 법관의 서명 바로 옆에 날인이 누락되어 있기는 하나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발부된 것이라고 할 것"이라며 "이 영장은 유효하고, 이에 기하여 수집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 파일 출력물,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증인신문절차에서 파일 출력물을 제시받고 이루어진 여러 증인의 각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해 강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강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압수 · 수색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영장을 발부하는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219조, 114조 1항 본문)"며 "수원지법 영장담당판사가 발부한 2015. 3. 26.자 압수수색검증영장은 법관의 서명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하게 발부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이 사건 영장이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발부되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유효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 사건 영장에는 야간집행을 허가하는 판사의 수기와 날인, 그 아래 서명날인란에 판사 서명, 영장 앞면과 별지 사이에 판사의 간인이 있으므로, 판사의 의사에 기초하여 진정하게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점은 외관상 분명하고, 당시 수사기관으로서는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되었다고 신뢰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의도적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거나 영장주의를 회피할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 영장에 따른 압수 · 수색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영장에 따라 압수한 파일 출력물과 이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인 검사 작성의 피고인 강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증인들의 각 법정진술은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영장의 내용과 형식, 발부 경위와 수사기관의 압수 · 수색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그에 기초하여 이 사건 파일 출력물을 압수한 것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피고인 강씨가 위와 같은 노트북, SD카드에 대한 복제 현장에 직접 참여하여 이미지 복제된 파일의 해쉬값을 확인하였고, 그 복제본을 탐색 · 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강씨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거나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가 탐색 · 출력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