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외국법인에 지급한 계약금 몰취됐어도 법인세 원천징수해야"
[조세] "외국법인에 지급한 계약금 몰취됐어도 법인세 원천징수해야"
  • 기사출고 2019.07.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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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약금 지급방법 제한 없어"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에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으로 몰취됐더라도 이 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7월 4일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있는 외국법인인 CDL호텔리미티드(CDL)에 지급한 계약금 590억원을 위약금으로 몰취당한 강호디오알이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47억 5000만의 징수처분과 가산세 14억 7500만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38645)에서 피고 측의 상고를 받아들여 "법인세 징수처분 등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영진이 1심부터 상고심까지 강호디오알을 대리했다. 서초세무서는 상고심에서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대리했다.

강호디오알은 강호에이엠씨가 2008년 6월과 9월 두 차례의 계약을 통해 CDL과 맺은 CDL호텔코리아 매매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같은해 11월 26일 승계했으나, 매매대금 정산완료일인 11월 28일까지 CDL에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강호에이엠씨가 지급한 계약금 590억원이 몰취됐다. 강호에이엠씨가 CDL과 맺은 매매계약은 CDL호텔코리아 지분 100%를 4116억 2000여만원에 매수한다는 내용이며, 매매계약서에는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시 계약금은 위약벌(Penalty)로 몰취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들어있었다.

이에 서초세무서가 2013년 "강호디오알이 CDL에 귀속된 계약금 590억원에 대한 법인세를 CDL로부터 원천징수해 납부하지 않았다"며 법인세 147억 5000만원과 가산세 14억 7500만원을 부과하자 강호디오알이 소송을 냈다. 강호디오알은 "CDL에 계약금을 지급했다가 반환받지 못했을 뿐 위약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으므로, 법인세 원천징수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법인세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대체되는 경우 매수인은 법인세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강호디오알의 손을 들어주자 서초세무서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2008. 12. 26. 법률 제9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98조 1항과 93조 11호 나목은 국내에서 지급하는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보고 이를 법인세 원천징수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그 지급방법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지급하는 때에 법인세를 현실적으로 원천징수할 수 있는 경우로 원천징수대상 범위를 한정하고 있지도 않다"며 "따라서 법인세법 98조 1항에 규정된 '지급'에는 외국법인에 대한 위약금 또는 배상금의 현실 제공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지급한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등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당사자들은 위약금 또는 배상금의 지급방법에 관하여 사전에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위약금 또는 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원천징수에 관하여도 사전에 자유로이 약정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매도인인 외국법인에 지급된 계약금이 추후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된 경우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매수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당사자들 간 약정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징수가 불가능해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계약금을 몰취당한 매수인으로서는 당사자 간 조세 부담에 관한 약정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에 원천징수세액을 납부한 다음 외국법인에 대하여 위약금으로 몰취된 계약금 중 법인세 원천징수 부분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산권에 관한 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외국법인인 매도인에게 국내에서 계약금을 지급하였다가 매매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는 내용의 약정에 따라 계약금이 몰취된 경우, 매수인은 구 법인세법 98조 1항 3호에 따라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위약금에 대한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 "강호에이엠씨로부터 (CDL과 맺은) 매매계약에 따른 매수인 지위를 승계한 원고는 매매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 정산완료일인 2008. 11. 28.까지 나머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여 약정에 따라 계약금 590억원이 위약금으로 몰취되었으므로, 외국법인인 CDL에 최종적으로 귀속된 계약금의 25%에 해당하는 금원을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그런데도 이와 달리 매매계약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제되는 경우에 매수인이 외국법인에 지급한 계약금을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몰취한다는 특약에 따라 계약금이 위약금 또는 배상금으로 대체되는 경우 매수인은 그 금원에 대한 법인세 원천징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징수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