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혼 주된 책임 한국인 남편에게 있으면 결혼이주여성 체류 연장해야"
[행정] "이혼 주된 책임 한국인 남편에게 있으면 결혼이주여성 체류 연장해야"
  • 기사출고 2019.07.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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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베트남 여성에 승소 판결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 여성이 한국 남성과 이혼했다면 체류자격을 계속 인정해야 할까. 대법원은 이혼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면 체류자격을 허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7월 4일 베트남 국적의 여성 N(22)씨가 "체류기간 연장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며 서울남부출입국 · 외국인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66869)에서 이같이 판시, N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국제결혼중매업체를 통해 한국 남성인 A씨와 2015년 7월 혼인신고를 마친 N씨는 5개월 후인 12월 결혼이민(F-6)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 인천 서구에 있는 8평 규모의 오피스텔에서 혼인생활을 시작했다. N씨 부부가 사는 오피스텔 바로 옆 오피스텔에는 시어머니가 살았는데, N씨는 시어머니의 요구로 남편과 함께 2016년 1월경부터 시어머니가 운영하는 24시간 편의점에서 가족 세 명이 번갈아 가며 일하다가 한 달 뒤인 2월 중순 무렵 유산(流産)을 했다. N씨는 일을 하고도 보수를 받지 못했고, 돈 쓸 일이 있을 때 A씨에게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한 뒤 즉시 돌려줘야 했다. N씨는 직접 돈을 벌기 위해 남편과 시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2016년 5월 말경부터 인삼 면세점에서 일했다. 시어머니는 N씨 없이 편의점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지자 N씨에게 다시 편의점에서 일하라고 요구했으나, N씨가 이를 거부하자 같은해 7월 N씨에게 "편의점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면 집에서 나가라, 이혼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A씨는 N씨에게 "당분간 친척 언니집에 가서 지내라"고 하면서 여행가방에 N씨의 옷가지를 싸주고 N씨를 친척 언니집에 데려다 준 후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에 'N씨가 가출하여 소재불명이어서 신원보증을 철회한다'는 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다음, 시어머니의 뜻이라며 N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이에 N씨가 이혼소송을 내 2017년 1월 "N씨와 A씨는 이혼하고, A씨는 N씨에게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 확정됐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을 맡은 인천가정법원은 "A씨의 주된 귀책사유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N씨가 2017년 5월 서울남부출입국 · 외국인사무소에 혼인단절자 체류자격(F-6 다 목이 정한 체류자격)으로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배우자의 전적인 귀책사유 발견할 수 없음 등'의 사유로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12조는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요건을 '국민의 배우자'(가 목), '국민과 혼인관계(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한다)에서 출생한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 또는 모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나 목), '국민인 배우자와 혼인한 상태로 국내에 체류하던 중 그 배우자의 사망이나 실종, 그 밖에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다 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와 A씨의 혼인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A씨에게 있고 원고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N씨의 청구를 기각하자 N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결혼이민(F-6 다목) 체류자격에 관한 규정의 입법취지는, 한국 국민과 혼인하여 당초 결혼이민(F-6 가 목)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국내에서 체류하던 중 국민인 배우자의 귀책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외국인에 대하여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을 부여하여 국내에서 계속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부부 사이의 혼인파탄이 어느 일방의 전적인 귀책사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할 수는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거나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에 관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국민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탓이고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전혀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재판상 이혼 등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되고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하여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은 1회에 3년 이내의 체류기간을 부여함으로써 기간 만료 시 그 체류자격의 요건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다시 실질적 심사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영구적인 체류를 허용하는 영주(F-5) 체류자격이나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귀화허가와는 성질을 달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의 요건인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란 '자신에게 주된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 즉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수소법원이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국민인 배우자에게 있다'고 판단하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 거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그 처분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고 행정청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가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A씨에게 혼인파탄에 관한 전적인 책임이 있음을 원고가 증명하여야 하는데, 원고에게도 혼인파탄에 관하여 일정 부분 책임이 있으므로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결혼이민(F-6 다 목) 체류자격의 요건의 해석과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