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2박 3일간 부서원 빙부상 장례 지원 후 사망…업무상 재해"
[노동] "2박 3일간 부서원 빙부상 장례 지원 후 사망…업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9.07.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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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단기간 업무상 과로 등 겹쳐 기존질환 악화"

2박 3일간 부서원의 빙부상 장례식 지원 업무를 수행한 후 사망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6월 21일 부서원의 장례식 지원 업무를 수행한 후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숨진 이 모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85044)에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7년 A사에 입사하여 생산과 가공파트장 등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2016년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2박 3일 동안 부서원의 빙부상과 관련하여 조사(弔事)지원팀 팀장을 맡아 장례식 지원 업무를 수행했는데, 다음날인 2월 28일 복통 등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고 다음날인 29일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았다. 이어 이틀 후인 3월 2일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계속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인 3월 3일 '울혈성 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했다. A사는 소속 근로자가 조사를 당한 경우 조사지원팀을 별도로 구성하여 그 팀원들로 하여금 장례식 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이에 이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이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 충수염 수술 등에 의해서 기저질환인 심비대, 심부전이 악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거절되자 소송을 냈다.

근로복지공단 담당직원이 작성한 재해조사서에 의하면, 이씨의 발병 전 12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38시간 14분이고, 발병 전 4주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36시간 42분이며, 발병 전 1주 동안의 근무시간은 66시간 48분이었다.

재판부는 "이씨의 발병 전 1주 동안의 근무시간은 66시간 48분으로, 발병 전 1주일 제외하지 아니하고 발병 전 12주 전체 동안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 38시간 14분과 비교하더라도, 업무시간 증가량이 30퍼센트를 크게 상회하고, 이씨는 발병 3일 전부터 그 전날까지 평소에 수행하지 않던 조사지원팀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수면 시간 부족과 장례 지원 업무 자체의 과중함 등으로 인해 상당한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여기에 심부전, 심비대 등의 기존질환을 가지고 있어 업무상 과로에 더욱 취약한 점을 더하여 보면, 이씨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1호 나목에서의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위 고시 1호 나목에서는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한 경우'를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 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의 일차적인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어 "이씨를 진료한 의사 2명, 이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 모두 '이씨가 조사지원팀 업무에 따른 육체적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질환인 심부전이 악화되었고, 충수염과 이후 행해진 수술이 더해져 심부전이 자연경과보다 더욱 악화되어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힌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사지원팀 업무 등에 따른 단기간의 업무상 과로와 급성 충수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씨의 기존질환인 심부전 등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었고, 결국 이로 인해 울혈성 심부전에 의한 심인성 쇼크가 발병하여 이씨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이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이와 달리 이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