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烟台古酿酒' 병 모양 베끼면 안 돼
[지재] '烟台古酿酒' 병 모양 베끼면 안 돼
  • 기사출고 2019.07.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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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병 모방 다른 연태고량주 판매 · 수입 불가"

중국음식점 등에서 인기 있는 중국 산동연태유한공사의 '연태고량주(烟台古酿酒)'의 한국 독점판매권자가 이 연태고량주의 병 모양을 모방한, 중국의 다른 업체가 생산한 연태고량주를 수입 · 판매하는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내 이겼다.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3부(재판장 이진화 부장판사)는 최근 중국 산동연태유한공사(산동연태유한공사)의 '연태고량주(烟台古酿酒)' 한국 독점판매권자인 A사가 중국의 다른 업체가 생산한 연태고량주를 수입 · 판매하는 B씨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소송(2018가합504499)에서 "B씨는 500㎖ 포장지 디자인을 제외한 나머지 디자인이 포함된 술병을 제조, 판매, 수입해서는 안되고, 집과 사무실, 매장, 공장, 창고에 보관 · 전시 중인 술병을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한결이 원고 측을 대리했다. 담당변호사는 윤복남 변호사다.

2003년경부터 중국 산동성 연태시에 있는 산동연태유한공사로부터 통칭 연태고량주(烟台古酿酒)를 독점적으로 수입해 온 A사는 산동연태유한공사로부터 '烟台古酿酒' 표시의 한국 내 독점사용권과 연태고량주 상품의 한국 내 독점판매권을 약속 받았으나, B씨가 2017년경부터 중국의 다른 업체가 생산한 연태고량주를 수입 · 판매하기 시작하고, 2017년 9월 상표를 등록하자 소송을 냈다.

A사는 "우리 상품은 국내에 수입될 무렵부터 통칭 '연태고량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고, '국민 고량주'라고 불릴 만큼 시장 점유율이 높다"며 "B씨는 '烟台'가 지명이고 '高粱酒'가 일반명사에 불과한 점을 이용해 경쟁상품에 '연태고량주(烟台高粱酒, 혹은 烟台古酿酒라고 표시함)라는 제품명을 표시하고 우리의 술병세트, 포장박스와 유사한 디자인의 포장박스, 술병세트에 경쟁상품을 담아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금지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烟台古酿酒'는 연태 지방에서 만들어진 고량주를 뜻하는 '烟台高粱酒'와는 별도로 연태지방의 옛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A사의 연태고량주 상품은 500㎖, 250㎖, 125㎖ 3가지 용량으로 디자인된 술병세트에 담아 판매되고 있는데, A사와 산동연태유한공사는 연태고량주 상품의 수입 초기부터 이 술병세트와 같은 모양의 술병은 한국 내에서만 유통하기로 합의했다. 이 연태고량주 상품은 연간 34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음식점에서의 고량주 판매시장에서 2015년 116억원, 2016년 152억원, 2017년 1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판부는 "연태고량주 상품을 알고 있는 응답자의 66%가 (원고의) 술병세트를 다른 고량주 상품과 구별하여 알고 있고 그 이유로 병의 모양이나 술병세트의 전체적인 느낌 등을 든 사실이 인정되며, 중국술 특히 고량주 소비자들은 대부분 (원고의 연태고량주) 술병세트의 구성, 디자인 등으로 이 상품과 다른 상품을 구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사의 술병세트는 500㎖ 병의 경우 원통형 투명 병에 금색 뚜껑, 250㎖의 경우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의 투명한 병에 금색 뚜껑, 125㎖의 경우 한쪽은 단면이고 반대쪽은 곡면인 역 D자 모양 병에 금색 뚜껑인 형태이며, 세 종류의 병에는 모두 붉은 색 한자 '烟台古酿'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차별적 특성을 가진 상품표지로서 주지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상품도 (원고의 연태고량주) 술병세트와 같이 500㎖, 250㎖, 125㎖ 세 가지 용량의 패키지로 구성되었고, 각 용량별 병의 모양도 모두 비슷한 크기에 500㎖의 경우 원통형 투명 병에 금색 뚜껑, 250㎖의 경우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모양의 투명한 병에 금색 뚜껑, 125㎖의 경우 한쪽은 직선면, 반대쪽은 곡면인 D자 모양 병에 금색 뚜껑으로 구성된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며 "경쟁상품의 포장지 디자인을 제외한 나머지 술병 디자인은 (원고의 연태고량주) 술병세트의 구성, 디자인과 유사하여 혼동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고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가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는 가목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 · 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거나 이러한 것을 사용한 상품을 판매 · 반포 또는 수입 · 수출하여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 상품의 한자표시 부분이나 포장박스는 상품을 연상시키는 개별화된 상품표시로서 주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은 (원고의) 연태고량 상품의 정확한 한자표시 뿐만 아니라 고량주의 한자표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중국술 특히 고량주의 소비자들이라고 하더라도 '高粱'과 '古酿'을 구분하여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원고의 상품은 2017년경부터 비로소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되었고, 그 전까지는 중국음식점을 통해서만 판매되었던 사실이 인정되는데, 음식점에서 주류 등이 판매되는 경우, 손님이 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포장 등이 제거되고 제공되는 관행에 비추어, 일반 소비자로서는 유통 과정에서 포장박스를 확인하거나 접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달리, 포장박스의 디자인 등이 소비자들에게 널리 인식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포장지 부분을 제조 · 수입 · 판매 금지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